30. 노란 민들레

노란 종이옷을 입은 아이들은 모두 노란 민들레가 되었습니다.

by 이대영

우리 반 모두는 학교 대표로 합창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아이들은 모두 덜 뜬 표정이었다. 생전 처음 바깥에서,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에 흥분되었다. 학교에서 반별 합창대회에서 1등을 하였지만 바깥에 나가서 다른 학교 아이들과 시합을 한다고 하니 기쁘기도 하지만 내심 걱정이 더 많았다.

집이 가난한 아이들이 많았다. 웃천막 아이들, 아래천막 아이들, 그리고 고아원에서 사는 친구들까지 있어서 아이들은 조금은 주눅이 들었다. ‘다른 아이들이 우리 보고 놀리면 어떡하지?’ 우리는 합창 연습을 하면서 걱정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기분 좋은 것은 있었다. 합창 연습을 하면서 맛있는 빵과 우유를 공짜로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을 다 마치고 교실에 모이면 간식으로 빵과 우유를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은 설탕 크림이 발린 빵을 먹으면서 얼굴에 웃음이 퍼졌다. 아이들은 합창 연습보다 빵과 우유를 먹는다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해 보였다.

어떤 친구들은 빵은 선생님 몰래 감추기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에 있는 동생들에게 갖다 준다고 했다. 나도 동생 생각이 났다. 그래서 동생들 생각에 빵을 먹지 않고 그대로 가져다준 적도 있었고 어떤 때는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해 빵을 절반만 먹고 절반을 가져다주기도 하였다.

“선생님! 우리 뭐 입고 대회에 나갑니꺼?”

아이들은 입고 나갈 옷이 걱정이 되었던지 선생님에게 물었다.

“신발은 운동화를 신고, 양말은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흰색 양말을 신고 오세요.”

“선생님! 옷은요?”

“옷은…….”

“옷은 남학생들은 짧은 반바지를 입고, 위에는 흰색 체육복을 입고, 여학생들은 검은색 치마를 입고 오세요.”

비록 가난하지만 큰돈 덜이지 않고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는 복장을 입고 준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옷을 입고 학교에 오니 모습이 달라 보였다. 그렇게 흰 양말을 신고 반바지를 하고, 흰색 체육복만 입었는데도 아이들의 모습은 금방 내일이라도 대회에 나갈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나는 검은색 반바지에 흰색 양말을 신고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안에는 깨끗한 옷을 입은 내 모습이 비쳤다.

때 묻고 흙먼지 묻은 옷이 아니라 다른 부잣집 아이처럼 보였다.

그런 모습을 하고 합창 연습을 하였다.

우리가 부를 노래는 ‘민들레’라는 노래였다.

선생님의 풍금 소리에 맞춰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길가에 민들레는 노란 저고리.

첫돌 맞이 우리 아기도 노란 저고리

민들레야 방실 방실 웃어 보아라

아가야 방실 방실 웃어 보아라


노래를 부르면 노란색 민들레 꽃잎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노래를 부르면 합창 대회에서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교실 바깥 복도에서는 아이들이 까치발을 하고 창문 틈새로 구경을 했다. 아이들은 우리를 부러워했다.

산동네에서는 마치 큰 경사라도 난 듯이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았다.

하얀 옷을 입고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사람들은 우리를 아주 반갑게 맞이했다.

“언제 대회 나가노?

“몇 밤만 지나면요.”

“잘혀, 떨지 말고.”

“예.”

동네 동생들도 언제 들었는지 민들레 노래를 따라 부르며 동네를 돌아다녔다.

“길 가에 민들레는 노란 저고리. 첫 돌맞이 우리 아기도…….”

선생님은 노란색 큰 종이로 조끼를 만들어서 입혀 주셨다.

마치 양복점에서 옷을 맞추듯이 자를 가지고 아이들의 몸을 재고 노란 종이에 선을 긋고 가위로 잘라서 종이옷을 만들어 주셨다.

우리는 모두 노란 민들레가 되었다. 하얀 양말을 신고 하얀 옷 위에 노란색 조끼를 입은 모습은 너무도 밝았다. 거울에는 우리가 아니라 노란 민들레가 웃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 옷을 입고 더 신이 나게 노래를 불렀다.

마침내 합창대회 날이 되었다. 나는 빨래를 해서 더 깨끗해진 양말과 흰색 체육복과 검은색 반바지를 입고 산을 내려갔다. 마치 산에서 구름을 타고 산 아래로 내려가는 것처럼 발걸음이 가벼웠다.

학교 앞에는 언제 와 있었는지 큰 버스가 와 있었다.

“와”

아이들 입에서 감탄이 나왔다. 학교에서 소풍을 가도 기껏해야 학교 뒷산 정도로 가는 게 다였는데, 버스를 타고 간다고 생각하니 무척 흥분이 되었다. 형들이 수학여행을 간다고 기차를 타고 간다는 말에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아침 조회 시간에는 학교 운동장에 모두 모여서 우리는 교장 선생님의 칭찬을 들으며 선생님과 전교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때 박수 소리를 들으며 친구 상수가 나직이 말했다.

“떨어지면 우짜노?”

“조용히 해라. 나도 모른다….”

버스는 30여분을 달려 어떤 국민학교에 도착하였다. 합창대회가 열리는 장소였다.

강당에는 이미 많은 아이들이 와 있었다. 우리들과는 다른 아이들처럼 보였다. 어른들이 입는 양복을 단체로 맞추어서 입고 온 아이들도 있었고, 울긋불긋 예쁜 색상의 옷을 입고 온 아이들도 있었고 모두 한껏 뽐을 내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우리가 입고 있는 노란색 종이 저고리가 아이들 눈에 보였던 모양이었다. 몇몇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이윽고 우리 순서가 되었다.

“얘들아, 지금까지 연습한 데로만 하면 돼. 알았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선생님의 반주 소리에 맞춰서 합창이 시작되었다.


길가에 민들레는 노란 저고리.

첫돌 맞이 우리 아기도 노란 저고리

민들레야 방실 방실 웃어 보아라

아가야 방실 방실 웃어 보아라


그리고 ‘퐁당퐁당’이라는 노래도 같이 불렀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지러 주어라


노랫소리는 큰 강당을 아름답게 울렸다. 강당 안이 민들레 홀씨로 흩날렸다. 퐁당 퐁당을 부를 때는 우리 동네 작은 연못이 생각나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아쉬운 일이지만 그날 우리는 3등을 하였다. 비록 1등은 하지 못했지만 많은 학교가 참가한 가운데 우리 학교가 3등을 했다는 소식에 선생님과 우리는 매우 기뻤다.

단체로 상장을 받고 트로피를 받고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왔다. 가난하지만 우리들을 기다리는 친구들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