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살아온 날과 함께

by 이대영

그 속에 내가 있었다. 혼자 있었던 날도 있었고, 같이 있었던 날도 있다. 누구를 미워했는가 하면, 누구를 사랑했던 적도 있다. 아웅다웅 다툰 적도 있었고, 그런 적이 있었던가 하고 능청을 핀 적도 있었다. 비 오는 날 찢어진 우산을 쓰면서 비를 안 맞으려고 애썼던 날도 있었고, 우산 없이 내리는 비를 다 맞으면서 얼굴에 빗물 뚝뚝 떨어진 날도 있었다. 생각하다 밤을 꼬박 새운 적도 있었고, 아무 생각 없이 코를 골며 잠에 떨어진 적도 있었다. 남들 앞에서 잘난척 한것은 아니지만, 잘난 것처럼 보였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적도 있었고, 일을 그르쳐서 어떻게 할까 주위를 살핀 적도 있었다.


그렇게 지내 온 날들. 늘 그렇게 버텨왔던 것이다. 약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아슬아슬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연약함. 가볍게 부는 바람에도 기침 콜록이면서 뭐를 해 낼 수 있을까 쳐다보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 생각해도 스스로 참 대견하다. 그래서 갈대밭 사잇길 걷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바람이 불어도 꺾이지 않는, 한번 우수수 옆으로 쓰러졌다가 바람이 지나면 다시 일어서는. 잘한다라고 하기보다는, 잘 해내고 있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나.


남은 시간도 그렇게 살 것이다. 흔들면 흔들리는 대로, 비가 오면 비를 피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불안을 피하는 방법, 시장에서 값을 깎을 수 있는 강심장, 약간은 유순하게, 누가 보면 약간 심하다 싶을 정도로, 그러나 너무 지나치지는 않게, 모두 그렇게 살 것이다. 냉정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돌아서면 가슴이 쿵쿵 거리는 떨림을 안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해야 되는 일들, 마음 약한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래도 한번 용기를 내어 볼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나답게 살 것이다. 내 기억에서 사라질 때까지 나는 내 이름 석자를 누구보다 오래 기억할 것이다. 나는 내일 거기 있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