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충분히 괜찮다.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일들, 내가 겪고 경험했던 일들, 그 안에는 다른 이와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 그래서 그냥 경험이라고 하지 않고, '각자의 경험'이라고 말하면서 '각자'라는 말에 힘주어 말한다. 모르면 모르는 것이다. 지식도 아는 것 안에 머물러 있다. 아는 것은 계속 사라지고 생각도 나지 않는다. 점점 말할 수 있는 게 줄어간다. 그 아는 것도 나중에는 유물이 되겠지. 아이들에게 들려주던 옛날이야기처럼 말이다.
말하지 않으면 내가 없는 것 같은 생각들. 작고 조용한 말이라도 하고 싶다. 나, 아직 약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보기에는 가냘파 보이지만 그래도 아직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고집을 보여주고 싶다. 떨리는 힘으로라도 일직선으로 걷고 싶다. 아차! 잘못해서 옆으로 발이 나갔더라도 모른 척 얼른 길을 바로 하고 싶다. 이 나이에는 다 이런 것 아니겠나. 그 생각으로 도도하게 길을 걷는다.
아직 떨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염치가 점점 작아진다는 것. 그렇지 않다면 늘 눈물로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이게 연륜인가. 별시럽 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나이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혼자 멋쩍게 웃는다. 누가 보면 뭐라고 할 것 같은 웃음으로. 푸석푸석 화장이 잘 먹지 않는다. 파운데이션을 몇 번을 두드려야 겨우 자리를 잡는다. 움직이면 무너질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덮여있다. 마치 부실공사처럼 말이다. 조신하게 걸어야지. 얼굴 주름살은 금지다. 한꺼번에 산사태가 날 수도 있다. 눈물도 금지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소녀 같은 마음은 여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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