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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해주고 싶다

밤 깊도록 생각한다.

by 이대영

그가 상처를 받았다면 말 때문이 아닌가. 사랑하는 누군가로 받은 말이라면 그 상처는 더 깊다. 이유 없이 받은 상처라면 이유를 알기까지는 늘 옹이처럼 가슴 한 구석에 박혀 있다.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았어도 될 말들. 시간이 지나면 후회가 되고 가슴이 시린다. 따뜻하지만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답답한 온실 공기. 잰걸음으로 온실 문을 활짝 열고서야 시원한 공기를 맞을 수 있었다. 그냥 따뜻함은 더 힘든 것 같다.


내가 준 상처는 없을까. 모종을 옮기면서 발로 꾹꾹 밟아 줬는데, 도리어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었을 줄이야. 몰라서 그랬다는 말로 변명하지만, 이미 말은 상처를 남기고 자리를 떤 후였다. 수습을 하려는 사람들. 시간을 앞서 달려 가보려고 하지만,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난 아주 오랜 후였다. 장마당 꼭두각시처럼 재롱을 부려보지만, 지나가는 아이들만 웃을 뿐 쳐다보지도 않는다.


울리지 말고 웃게 하자. 진즉에 그 앞에서 덩실덩실 춤추며 광대춤을 추자. 색시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고, 아가씨라는 말도 괜찮다. 색동저고리 입고 아기였을 당신.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놀라는 소리와 박수받았을 당신. 그 때문에 오늘 밤이 더 깊은지 모른다. 머리맡에 물려 놓은 반짇고리에 눈이 가지만 어느새 새근거리며 잠자는 당신 얼굴에 눈이 멈춘다. 따뜻함이 행복인 당신, 그래서 나에게 밤이 더 깊은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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