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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금숙 작가 Mar 13. 2016

소모적인 죄책감 증후군

직장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훨씬 많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커리어 우먼인 이민정 씨는 평소 오후 6시에 근무를 마치고 어린이집에 있는 큰 아이를 데리고 작은 아이를 맡긴 집으로 향한다. 남편이 도와주면 좋겠지만 이민정 씨의 남편 퇴근 시간은 그 보다 늦기 때문에 그녀는 남편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그녀가 퇴근을 하려고 준비하는 동안 부장님이 오늘 회식이 있으니 다 함께 참석하라고 지시한다. 그녀의 직장 문화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기에 그녀의 마음은 더욱 답답해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전화를 하였으나 돌아오는 답은 뻔하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큰아이가 있는 어린이집 원장에게 어렵게 전화를 하였다. 조심스럽게 갑자기 회식 일정이 잡혀 아이를 좀 더 봐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통화를 하는 어린이집 원장의 목소리에 퉁명스러움이 묻어 나온다. 힘들게 이야기하던 이민정 씨는 이때까지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폭발하여 울먹거렸다. 원장은 그녀의 목소리에 당황하여 왜 우냐고 말하며 마지못해 알았다고 한다. 

그녀는 종종 이런 상황을 경험한다. 지난번에는 시댁 제사에 가야 했는데 중요한 서류 작업이 밀려 예정 시간보다 두 시간 늦게 도착하였다. 시댁으로 가는 내내 그녀는 조바심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못마땅해할 시댁 가족의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답답하였다. 생각해 보니 아이와 여유 있게 산책 한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가물가물하다. 한창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의 아이가 무언가 발견하고 관심을 가지면 급한 마음에 빨리 가지고 재촉한 것도 아이에게 나쁜 엄마인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에 서글픈 마음이 샘솟는다.

죄책감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사에게도, 당신 자신에게도, 가족에게도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소모적인 죄책감 증후군에서 벗어나자.

모회사의 중간관리자인 진은주 씨는 출장 때문에 아이의 소풍 도시락을 쌀 시간이 없어 김밥집에 가서 김밥을 샀다. 가게에서 도시락에 김밥을 담고 있는데 하필이면 그곳에서 아이의 담임선생을 만나 매우 창피했다고 한다. 그날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 아이의 표정에 그녀는 며칠 동안 나쁜 엄마라는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아이의 뒷바라지에 완벽을 기하는 주부의 입장에서 보면 진은주 씨의 경우는 무척 한심해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진은주 씨에게는 나름대로 말 못 할 사정이 있다. 그녀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리더들이 경계해야 할 것이 지나친 죄책감이다. 나쁜 아내, 나쁜 엄마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 때문에 종종 고통스러워한다. 주위에서도 자신의 욕심 때문에 가정과 육아에 등한시한다고 보는 차가운 시선으로 인해 불편함은 배가 된다. 일과 가정에서 모든 것을 거뜬하게 해내는 슈퍼우먼은 존재하지 않는다. 양심의 가책으로 당신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자. 일을 좋아하는 여성이 죄책감 때문에 전업주부가 된다고 해서 아이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엄마가 일을 한다고 해서 아이가 불행해지지도 않는다. 일에 보람을 느끼고 행복한 엄마가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끼친다. 모든 것을 엄마가 다해 줄 필요는 없다. 아이에게 엄마가 행복한 모습으로 일하는 것을 보여 주면서 왜 일을 하는지도 알려주고, 아이에게 어떻게 도움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려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편에게도 협력을 요청한다. 

당신은 지금 잘하고 있다. 현재 모습을 인정하고 자긍심을 되찾자. 내가 아닌 가족이나 타인만을 만족시키며 사는 삶은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도 없고, 행복한 삶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당신이 행복하여야 아이도 배우자도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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