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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금숙 작가 Mar 17. 2016

여성이 타인을 위해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

등산이나 여행을 갈 때 바리바리 먹을 것을 챙겨 가서 사람들에게 인심을 베푸는 여성이 있다. 나도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먹은 고마움이 여러 번 있다. 그녀에게는 푸근한 정이 느껴지고 여성스러움이 묻어난다. 사람들은 함께 식사하면서 관계가 좋아진다. 염려되는 것은 이러한 일이 일상적이 된다면 남성이 여성에게 기대하는 것은 동료로서가 아니라 먹을 것을 챙기는 보조자 역할 정도로 생각하는 인식이 굳어져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에게 인심을 얻을 수는 있으나 전문가로 인식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간식을 챙겨서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여성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랜 가부장적인 문화에 기인한다. 이런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행사 준비를 하면서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은 식음료 재료 준비가 많다. 여성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으나 이러한 인식에 반발을 느끼는 여성도 불편한 관계가 싫어 순응하고 타협한다.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에서 돌봄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관계에 대한 이해는 여성의 삶에서 다르게 읽힌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아내와 며느리 그리고 딸로서 가사 노동이나 돌봄 노동을 통해 가족의 일상적인 노동력 재생산을 담당하였던 여성들에게 돌봄은 항상 애정과 사랑을 동반한 정서적 활동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부장적 문화에 의해서 강요되는 헌신과 희생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러한 돌봄 노동의 낭만화에는 ‘사랑의 노예’로 여성의 삶이 존재했다는 점이다(이숙진, 2012).

아내라는 이름으로, 엄마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헌신과 희생이 당연히 되어서는 안 된다. 우선 당연하다는 생각부터 조금씩 변화시켜야 한다.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은 돌봄 행위이며 여성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직장에서 리더가 되어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의 전형적인 측면이 돋보이는 것이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무실에서도 책상 위에 간식이 많다면 당신이 전문가로 보이는 것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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