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 방랑의 천사들

Chagall , Adam et Eve chasses du paradis

by 소년의길




샤갈이 처음 남프랑스를 여행한 것은 1920년대 초 무렵입니다.

방랑하던 그는 처음으로 내가 여기 살 것 같다는 정착에 대한 강한 예감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땅에 대한 강한 유혹을 뒤로 한채, 아직은 아니야라고 되뇌며 불안과 함께 이십여 년을 더 방랑합니다.

두 차례의 전쟁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도피해 있던 미국에서 돌아와 남프랑스에 정착한 것은 1948년.

비록 식스센스를 가졌다는 소문이 있던 샤갈이 아니더라도,왠지 드디어 도착했다는 ,

나의 마지막 장소에 대한 느낌은 끝이 다가오는 사람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아요.


정착을 한 후, 샤갈은 혼신의 힘을 다해 성서를 주제로 한 17개의 인생 마지막 대작을 그립니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가 그림을 기부한다면 국가는 그것을 수용할 미술관을 짓겠다는 제안을 하죠. 그렇게 1973년 니스의 샤갈 미술관이 탄생해요.


천사가 비스듬히 날고 있는 이 그림의 이름은 낙원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 Adam et Eve chasses du paradis입니다.

샤갈의 그림에서 수많은 도상으로 등장하는 천사 중에 , 이 그림 속 천사가 제일 매혹적인 것 같아요.

사실 세계 대전 중이거나 샤갈이 방랑하면서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었을 때의 천사 그림은 비극적이고 무서운 느낌까지 들거든요.

제 어린 조카는 이 천사의 미소를 보고 가면 쓴 조커가 웃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 저는 속으로 아 그럴 수도 하고 감탄했습니다만..

이 애매모호한 미소는 기원전 6세기 무렵 제작된 그리스 조각상에게서 종종 발견되는 아르카익풍의 미소에서 시작되어, 12세기 저 유명한 랭스 대성당의 천사의 미소 L’ange au Sourire에 이르기까지 , 일정한 계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인간의 편에 섰다가

날개를 잃고 지상으로 떨어진 천사 미하엘이 겪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야기 속에서 그는 세 번 인간에 대한 깨달음의 미소를 짓죠.

샤갈의 천사가 짓는 알듯 모를 듯 한 미소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과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과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대답 중에 어떤 것에 가까운 걸까요?

저 사람은 천사 같구나 라는 표현조차, 진부함이 느껴지는 요즘..

이 모호한 선과 악의 복잡한 본질 속에 살아가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도,

우리를 지켜주는 존재를 믿는다는 것은 어떤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1973, moulot paris.

affische for musee de chag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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