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퇴사로 마주할 현실 7가지

플랜 B, 플랜 C를 고민하라. 퇴사 고민 8년 차가 들려주는 이야기

by 드림트리

퇴사를 고민해온지는 꽤 되었다. 이 고민은 입사 2년차부터 시작되었다.

업무가 힘들어서 뿐만은 아니었다. 내가 아니더라도 이 자리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다는 확신과 나이가 들수록 뒤로 밀려가는 상사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 고민이 더 크게 다가왔다.

때문에 난 퇴사자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들이 곧 나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직장은 나이가 들수록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신입 시절은 온갖 잡무에 시달리고, 직급이 높아질수록 특별한 능력이 없다면 밀려나게 된다.

10년 차를 앞둔 난, 어쩌면 가장 편안한 시기에 머무르는 단계일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 언젠가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나와야 할 곳이라는 걸 알기에 점점 마음이 급해지기도 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미래에 대한 대책 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지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들과 바로 앞에 닥칠 현실을 함께 고민해보며 글을 쓴다.


1. 소속감 : 소속감이 주는 후광효과

“저는 ㅁㅁ(회사)에 다니고 있고,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커뮤니티나 단체에서 누군가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 나의 소속을 밝히는 순간 가장 먼저 얻을 수 있던 건 ‘신뢰감’이었다.

나는 기업이 아니었다. 다만, 그 기업에 소속되어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 후광효과는 꽤 컸다. 바로 사회적으로 나를 그 기업과 동일시해준다는 것이다.

“그 친구 ㅁㅁ에 다닌대” , “우리 딸은 ㅁㅁ에 다녀요”

나는 언제나 부모님의 자랑거리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365일 중 몇 안 되는 일자지만 어디에선가 나를 소개할 때, 가만히 있어도 소속으로 인정을 받을 때, 잠깐의 순간이지만 자존감도 올라가고 자부심도 느껴진다.

그랬던 내가 하루아침에 ‘백수’ , ‘무직’의 타이틀이 된다면, 과연 10여 년 동안 나를 대변해주던 소속감이 없어진다는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소속감이 내게 주는 효과는 ‘안정감’이었다.

사람은 소속이 있을 때,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있을 때 심리적으로 마음이 안정된다고 한다. 퇴사 후 무소속이라는 불안감을 과연 나는 어떤 방식으로 맞닥뜨릴 수 있을까.


2. 시간 : 24시간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된다는 것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24시간. 생각해보니 오랜 기간 24시간 중 출퇴근 시간을 포함하여 12시간은 회사를 위해, 8-9시간은 수면시간으로 보내왔다. 하루 동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자 내게 주어진 시간은 2-3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랬던 내게 24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많은 시간 동안 과연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출근이라는 10여 년 동안 이어온 루틴이 깨진다는 것, 아침잠이 유독 많은 내가 오후 1시 넘어 일어났을 때 느껴지는 자책감을 감당할 수 있을까. 긴 시간 틈에 무료함과 공허함이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이것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무기력함이 느껴지는 날은 어떤 방법으로 이겨내야 할까.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는 업무라는 미명 하에 나를 끼워 맞춰야 했는데, 나가서는 업무가 아닌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람은 바빠야 한다. 업무가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집중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를 만큼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야 한다. 나의 존재를 회사에서 찾는 사람이 있듯이 , 나가서는 나의 일을 통해 나를 찾아야 한다.

퇴사 이후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어떤일로 부가적으로 수입을 얻을수 있을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3. 근무환경 :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이 복지

무더운 여름마다 시원한 회사 안으로 들어서는 잠깐의 순간에 감사함이 느껴진다. 지하철 역에서 10분 거리 안팎의 회사. 들어서면 으리으리한 근무 공간 안에 커피, 차 등 무료로 제공되는 것들이 가득하다. 당연했던 모든 것들을 누리며 사는 내게 한 지인은 이런 말을 한다.


지인 1 : 회사가 서울에 있어서 좋겠다. 주변에 식당가도 많지?

나 : 응.. 근데 그게 왜? (이런 걸 왜 물을까?)

지인 : 우리 회사는 경기도 농촌지역에 있어서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제대로 회식도 못해봤고. 지하철역도 없어서 차 타고 갈 수밖에 없어. 넌 회사랑 집이랑 가까워서도 좋겠다.


지인 2 : 너네 회사 화장실은 어때? 청소해주는 사람도 있어?

나 : 응... (이런 걸 왜 물을까?)

지인 2 : 부럽다.. 우리 회사는 돌아가면서 청소하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듯한, 그야말로 처음으로 느껴본 생각의 전환이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근무장소 안, 내가 느끼기에 너무나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바로 복지였다는 걸 말이다. 퇴사를 한다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근무장소를 뒤로 하고 어떤 공간으로 가야 할까.

4. 점심식사 : 포기해야 하는 건강한 한 끼 식사

이른 아침 누군가는 매일같이 점심 도시락을 싼다. 나는 그런 사람을 부지런하다고 칭한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구내식당을 이용하기 때문에 고생을 덜고 있다. ‘식사’는 내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점심 메뉴 고민 없이 영양가 있는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이왕이면 맛있는 거 많이 먹으면서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내게 회사는 중요한 복지를 제공한다. 회사를 나왔을 때 점심식사를 골고루 잘 챙길 수 있는 부지런함을 나는 갖추고 있는지,

함께 먹지 않고 홀로 챙겨 먹을 수 있는 삶을 감당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5. 인간관계 : 사람들과의 어울림, 인맥

회사 동료들과 대부분 업무 이야기가 절반 이상이긴 하지만 때로는 잠깐의 틈을 내어 커피를 마시러 나가고, 점심을 함께하며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대책없이 회사를 나온다면 이렇게 사회생활 속에서 사람과 어울리고 함께하는 일상을 포기해야 한다.

매일같이 24시간을 홀로 지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것, 소소한 내 감정조차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부재한다는 건 심적으로도 참 힘든 일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생각해봐. 회사 나오면 지금 일하는 사람들 중 몇 명이랑 연락하겠어? 연락해봤자 1년에 한두 번 보면 많이 보는 거지. 퇴사자와 같은 공통사가 없으면 만나기도 쉽지 않아”

회사 동료는 인맥으로 무언가 얻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사회에서 만난 나이 다른 친구들로 봐도 무방하다. 그들은 나와 비슷한 사무직이기에 회사를 나와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맥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연락하고 지내는 동료들은 그저 학창 시절 친구처럼 소중한 존재이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위로받고, 어울리며 살아가야 할 존재이기에 퇴사 이후 사람들과의 어울림이 없을 때 나는 이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며 살아갈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6. 돈 :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사라질 때

회사를 다니는 가장 큰 이유이자 나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메인 수단인 월급.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당장 핸드폰비, 교통비, 보험료 등 많은 부분에서 기본적으로 지출해야 할 비용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은 나의 생명줄 같은 존재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은 돈이 없으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힘들다는 걸 모두가 안다.

때문에 모두가 쉽게 퇴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월급처럼 꼬박꼬박 나올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나가는 게 아니라면 이직을 해야지.”

대책 없는 퇴사자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동료들은 늘 이런 말을 던진다.

대책 없는 퇴사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돈이다.


7. 이직 실패 : 플랜 B를 마련해 놓기

‘이직을 하니까 다행이다.’

이 말에는 또 다른 무서운 함정이 있기도 하다. 이직에 실패한다면..?

최근 이직한 회사에서 퇴사한 동료들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당시 이직 사유는 대부분 더 높은 연봉, 더 좋은 회사로 가는 이들이었다.

막상 갔더니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을 받았거나 동료를 잘못 만나 받은 ‘사람 스트레스’로 퇴사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들려온다. 막상 그들에게 또 다른 플랜은 없었다.

최근 스타트업으로 가는 동료들도 꽤 있다. 온탕을 떠나 냉탕으로 가겠다는 그들은 자신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내딛는 도전이라고 칭했다. 잘 다니고 있다는 이들도 있지만 스타트업계 특성 퇴사 후 재취직 담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직한 회사에서 적응이 쉽지 않을 경우, 그곳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또 다른 플랜들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걸 느꼈다.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을 그만둔다는 건 결단이 필요하다.

사람 관계의 스트레스, 업무량이 과도하거나 위 모든 걸 쉽게 포기할 만큼 나의 상태가 너무 안 좋다면 나와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모든 복지를 놓아두고 떠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곳을 찾아야 하고 내게 가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누구나 선망하는 퇴사, 그러나 대책 없이 함부로 퇴사해서는 안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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