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포인트
난 한 때 아주 고급스러운 요가원을 다녔다.
서울 한복판 으리으리한 메인 건물의 지상 12층, 그 곳은 탁 트인 도시 전망을 한 눈에 내려담으며 운동할 수 있는 누구나 선망하는 멋진 공간이었다.
필라테스와 요가를 겸임하여 운영하는 그 곳의 수업료는 그만큼 비쌌다.
모든 필라테스 기구는 가장 비싼 Balanced Body 제품이었고, 1회 수업료는 88,000원이었다.
요가 수업료는 부대비용을 합하여 한 달에 20만원을 웃돌았다.
개인락커에 요가복과 샤워물품을 넣어놓고, 사용료는 한 달 1만원을 별도로 내고 다녔더니 손에 짐이 없어 만족스러웠다.
주말 아침, 요가로 몸을 개운하게 풀어준 후, 깔끔하고 넓은 샤워실 공간에 목욕탕 2개(온/냉탕), 은은한 돌찜질방까지 딸린 공간에서 목욕에 찜질까지 하고, 바디드라이어로 몸을 말려주고 나왔을 때의 만족감이란..!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고 밖으로 나와서 햇빛을 맞이할 때의 상쾌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퇴근 후, 밤하늘의 달빛별빛을 바라보며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할 때의 느낌도 멋졌다. 난 요가 후 매일같이 달콤한 꿀잠에 빠져들곤 했다.
1년에 한두번씩 인도로 수련을 받으러 떠나는, 정통요가를 구사하는 남자 강사님은 내겐 신비로운 대상이었다. 늘 꿈꿔온 인도 요가수련을 직접 실행하고 있는 분을 처음 만나서였을까.
센터에는 따뜻한 우엉차가 늘 구비되어 있었고, 고급스런 커피머신, 요가 잡지까지...
또 생전 처음보는 요가 물품이 많이 구비되어 있었다.
요가링, 요가밴드, 요가블럭은 기본이며, 인요가에 쓰는 요가볼스터, 명상에 쓰는 아이필로우, 아로마테라피, 명상시간에 강사가 직접 연주해주는 스틸텅드럼, 싱잉볼 등 다양함을 접해보며 요가의 세계로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여러 강사로부터 다양한 종류의 요가를 재미있게 배우고 익혔다.
전국 어떤 센터도 그 곳의 시설, 구비 물품, 서비스를 비길 곳이 없었을것이다. 단지 가격이 비쌌을 뿐.
고급스러운 요가원의 훌륭한 강사들과 부대시설은 내게 삶의 자부심과 자긍심 그리고 만족감과 행복감을 더해줬다. 그야말로 브루주아의 삶 같았다. 모든것이 매우 고급스러웠고, 만족스러웠다.
내가 직장인으로써 돈을 버는 이유를 알게 되었고, 삶이 꽤 만족스럽다고 느꼈다.
이 장소에서 느꼈던 만족감과 행복은 잊을 수 없을것이다.
반면, 나의 가족은 지하 3층 헬스장 안의 요가원을 다녔다.
한 달 3만원, 일주일 2번.
가성비를 매우 중요시 여겼기에 한 달 20여만원을 내고 다니는 내가 신기하다고 한다.
헬스장 사람들은 요가를 거의 하지 않아 단독 1:1 레슨을 자주 받았고, 선생님과 사담을 할만큼 친해졌다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들려준다.
요가 선생님들은 이 가격에 1:1로 받는건 정말 운이 좋은거라고 강조하며, 본인 체형과 몸을 꼼꼼히 체크해주며 운동 시켜줬는데 끝난 후 개운함과 만족감은 엄청났다고 한다.
온 몸에 켜켜이 쌓인 피곤과 노폐물이 이 시간을 통해 단번에 배출되는 느낌, 안쓰던 근육들을 쭉쭉 늘리니 상쾌함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며, 아주 훌륭한 요가 선생님들이었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작지만 독립적인 개인 샤워공간에서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와 상쾌한 공기를 맡으면 더없이 행복했다고 하는데.. 3만원으로 느꼈던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라고 표현한다.
결국 헬스장의 요가는 수익이 나지 않자 1년 6개월만에 없어진게 매우 아쉽다는 가족은, 뽕을 뽑을만큼 정말 열심히 다녔고, 좋은 가성비 덕분에 더없이 행복했다고 한다.
"요가 대박이야.. 그리고 이 가격에 이런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니.. 진짜 잘 다녔다. 내 인생에서 제일 만족스러워"
강사 경력도 분명 다를테고, 수업료도 달랐고, 공간도 부대시설도 서비스도 달랐지만,
만족감과 행복도는 나와 전혀 다를바가 없어보였다.
서로 각자가 느낀 요가 수련의 상쾌함과 개운함은 당연하겠고, 무엇보다 서로가 느끼는 행복의 포인트가 확연히 달랐다.
나는 선생님들의 인도 수련 경력의 신비로움, 고풍스러운 시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전망 그리고 맑은 하늘/별빛달빛 아래에서의 요가수련, 목욕탕과 찜질방 등 부대시설, 요가수련의 부대서비스에 크게 만족감을 느꼈다면
나의 가족은 엄청난 가성비에 1:1레슨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 때 느꼈다. 꼭 돈을 많이 들여야 반드시 행복한게 아니라는걸.
행복이라는 정의와 가치를 생각해본다.
돈을 떠나 그것을 통해 느끼는 만족감이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면 그것이 가장 진실된 행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