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괴롭힘 탈출기 2년차의 조언

나를 지키는 방법, 나를 사랑하는 방법

by 드림트리

지독한 직장내괴롭힘을 6-7년간 겪은 후, 다른 부서로 이동한지 2년차가 되었다.

당시 상사 1명과의 사이가 틀어졌더니, 그와 친했던 다른 파트 2-3명의 상사들도 은근히 혹은 대놓고 괴롭혔었다. 사실 그들의 관계는 철저히 비즈니스 관계이다. 나를 괴롭히는 상사는 그들의 시다바리 격으로, 부서의 온갖 잡무를 잔말없이 가져가주는 필요한 존재였다. 물론 그 업무를 집중 타깃인 나에게 내리기 때문에 그도 힘들게 없었다. 이런 불합리한 행위를 온 몸으로 느끼며 내 자존감은 바닥을 찍기 시작했다.

더 이상 무너지지 않게 내 자신을 잘 다스려야했고 잡아올려야했다.


다행스럽게 지난해 다른 지점으로 발령받아 더 이상 그들의 얼굴을 안 볼 수 있게 되었다.

발령받은 부서의 사람들은 지극히 정상적이었으며, 합리적이었다. 공과 사가 뚜렷했으며, 뒤끝도 없었다.

개개인의 사생활에도 그리 관심이 없었으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듯했다.


그럼에도 내게 첫 1년차는 행복과 분노가 공존하는 시기였다.

6-7년간 이어진 악순환을 진작 끊어내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원망, 후회 그리고 지나간 세월에 대한 한탄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상대적인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의 상황과 현재가 매우 비교가 되면서 작은것에도 행복이 느껴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곳을 벗어나서 새로운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내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

업무가 지치고 힘들때면 늘 그 시기를 떠올린다.

그러면 정신이 번쩍 들며, 본의 아니게 다시 힘내야겠다는 원동력이 느껴졌다.


부서 이동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였다.

직속 상사인 그와 나는 전혀 합의점에 도달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는 내게 의미없는 야근을 원했고, 휴가도 가지 않길 바랐다.

보여주기 업무를 창조해내서 집에 가지 말고 오늘 당장 해보라고 권하는데, 언젠가부터 싹뚝 잘라내며 퇴근하는 내가 상당히 못마땅한듯했다. 참 신기한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강요하지 않는 이런 행위를 나에게만 유독 강요한다는 점이었다. 본인은 아니라고 펄쩍 뛰지만 동료들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한계에 다다르는 나의 인내심을 계속해서 건드리는 그는 나의 자진 퇴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듯했다.

업무 몰아주기, 성과 평가절하, 뒷담화 등 그 업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결코 모를 수 밖에 없는 행위였다. 그 외에 회사의 법을 피해 남모르게 교묘하게 괴롭히는데 이미 능력까지 생긴듯했다.


이렇게 행해진 직장내괴롭힘의 충격은 그리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탈출 후 첫 1년 , 난 그 분노의 감정을 이렇게 풀어냈다.

심리상담을 받으며 털어냈고, 비슷한 경험을 겪어본 가족에게 털어냈고, 퇴사한 사람들 그리고 현 지점 부서원들에게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내가 떠나니 남아있는 동료들이 비로소 내 심정을 알 것 같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맞다. 집중 타깃인 내가 사라지더라도 그는 남아있었다. 분산되어 받는 고통일지라도 동료들에겐 숨막힐 고통이었다.


다행스럽게 요즘 내 감정은 안정기 궤도에 오른 느낌이다.

365일 중 절반 이상을 분노하고 지냈던 1년차와 달리 이젠 그 시절이 생각나지 않는다.

시간이 약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난 여전히 화가 난다고 고래고래 소리쳤으나 지금은 점점 잊혀지고 있나보다.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은 시간이 조금은 걸리나보다.


요즘 과거 학교폭력 폭로글이 나라를 뒤집어놓고 있다.

아픈 과거를 딛고 조심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에겐 TV에 나오는 가해자들의 모습이 또 다른 트라우마로 각인될 것이다. 준수한 외모로 과분한 사랑을 받고, 부와 재력까지 갖추었으니 이 삶이 참으로 불공평하고 느낄터이다.


'사과고 뭐고 필요없고, TV에 안나왔으면 좋겠다. 내 시야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난 이 말이 충분히 공감된다.


심리상담을 해주던 상담사님께 물어보았다.

“제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런 비슷한 사람을(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만나면 어떻게 하나요? 저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요?”

“음... 그런 사람이 또 있을까요? 만나기도 힘들듯한데요..”


회사 면접에서는 채용 시 늘 묻는 질문이 있다.

“상사와의 트러블을 어떻게 다뤘으며, 어떻게 난관을 헤쳐나갔습니까?”

나의 솔직한 답변은 이렇다.

“그 상사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삶의 방향이 평행선을 걷는 사람과 만난다면 결코 해결점은 없을거에요.”


우린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누군가가 나를 너무도 힘들게 만든다면 세게 브레이크를 걸어야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상사와 동료는 나의 미래를 책임져줄 사람이 아니기에, 지금 상황에 대해 내 스스로가 계속해서 생각하고 판단하며 살아가야한다. 결코 쉽지 않은일이다. 심지어 퇴사는 한달살이 직장인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지금의 퇴사가 영영 퇴사는 아닐까 걱정도 된다.


관성에 젖은 공간을 나오는 것. 그것은 도전이다.


그래도 길고 긴 인생을 먼저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깟 돈 몇푼에 내 자신이 너덜너덜 다치도록 놔두어선 안된다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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