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맥켈란 Jun 25. 2024

에세이 [딩크] 프롤로그

하늘에서 날개짓을 하는 열무야, 하루야

지은이. 맥켈란


Prologue

열무야. 하루야.

안녕? 엄마야. 세상의 공기도 온기도 느껴보지 못한 채 떠나간 우리 아가들. 너희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 있는 하늘나라가 있다면 참 좋겠다.


시험관 시술로 임신을 했지만 두 아이를 보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난임이었기에 여성전문병원을 찾아 난자를 채취했고 건강한 난자 두 개를 얼렸다. 내 나이 서른다섯. 운이 좋게도 착상에 성공했고 첫째가 열무 둘째는 하루라는 태명을 철없이 지어줬다.


임신 7주 차 콩알만 한 열무의 심장은 뛰지 않았다. 반년을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냈고, 남아 있는 냉동난자를 자궁에 이식했다. 고맙게도 착상에 성공했지만 여성전문병원을 졸업하는 임신 12주 차 초음파 때 하루는 돌연변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심장이 점점 커져서 터져 버리는. 태어나도 삼 일을 버티지 못하고 숨을 거둘 아이. 유도분만으로 자궁에서 나온 뜨거운 핏덩이는 차갑게 식어갔다.


내 나이 이제 마흔. 다행인 건지 야속하지만 시간이 흘러 성별만 알았던 두 아이는 꿈에 나오지 않았고, 아주 가끔 세수하다 울만큼의 상처로 남았다.


우리 부부가 그린 결혼 생활에는 아이가 없었다. 일명 DINK(Double Income No Kids). ‘무자식 상팔자’라는 세상과는 다른 신념을 갖고 돈 벌면 여행을 다니고 글을 쓰는 인생을 살자며 서른한 살 스물여덟 살 꾸러기 부부는 신나게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아침이 반가운, 저녁이 아쉬운 충만한 인생을 누렸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집착이 없다. 개별적인 존재로 태어난 우리는 자신과 불화하지 않고 살지 않도록 스스로의 삶을 각별하게 보살펴야 됨을 안다. 지극한 자기애.


자유롭게 뛰어놀다가 덫에 걸려 넘어졌다. 친정오빠가 첫 조카 태양이를 낳고 엄마의 외손주에 대한 집착은 시작됐다. 이유가 어이없는데 짠하고 화가 난다. 자식이 없으면 남자가 바람피운다라는 낡디 낡아 힘이 없는 가치관은 순애보 사랑꾼 남편을 욕하는 독한 말이기도 하다.


결국 엄마가 자처한 마지막 숙제를 해주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조카 태양이다. 그 아이를 보고 있으면 사랑한다는 얘기도 보잘것없었고 나 자신이 더 건강해져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그렇게 엄마 손잡고 난임 전문의를 만났고 과배란주사 부작용, 유산, 낙태로 무너진 2년을 숨만 쉬고 살았다. 아침도 저녁도 더 이상 반갑지도 아쉽지도 않은 텅 빈 하루였다.


시련을 겪으며 남편과는 더욱 단단해졌고 서로에게서 연민이 자랐다. 따뜻하고 듬직한 오빠 덕분에 하루가 금세 행복으로 가득 찼고 ‘우리는 딩크다’라는 신조는 부부인생에 또렷이 박혔다.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임신테스트기 한 줄을 볼 때마다 무너지는 민지, 계획에 없던 셋째를 낙태하는 혜원. 젊을수록 슬퍼진다. 돈이 없어서 신혼집도 겨우 마련한 청춘들은 자녀 계획을 접거나 최대한 미루는 현실이다.


연애 5년 결혼 12년 차. 열무 하루 엄마로 잃어버린 2년을 살아온 딩크족 작가가 힘을 빼고 자신을 담는 에세이.


‘딩크’가 자녀 계획이 없거나 고민에 빠저 있는 독자들에게 솔직한 대답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되면 술맛 돌겠다.


Contents


청춘일지

1. 뽀뽀를 하면 아이가 생긴다고요?

2. 28년 간 순결주의를 고집한 이유

3. 정거장과 이화동

4. 캐나다 어학연수와 첫사랑

5. 베이징 시장 딸에게 고백받다

6. 웃고 울었던 캐나다 횡단 여행기

7. 남자는 많이 만날수록 득이다

8. 선배를 만나 다른 세상을 만나다

9. 삶을 대하는 태도


결혼일지 

1. 남편과의 첫 만남

2. 여자친구를 키웠던 남자

3. 먹고 마시러 세계로!

4. 결혼하게 된 결정적 반전 이유

5. 시어머니와 첫 만남

6. 장인어른 한 마디에 이직한 사연

7. 청혼에서 결혼까지

8. 배우 조재윤에게 받은 축의금 3만 원

9. 따로 또 함께 하는 슬기로운 결혼생활


딩크일지

1. 차오르던 처 숨결. 조카 태양에게 보내는 편지

2. 무자식 상팔자. 자유와 여유가 있는 유부

3. 시험관 시술을 하게 된 이유

4. 복수 차서 죽다 살아난 기가 찬 사연

5. 열무와 하루

6. 친정오빠와 새언니

7. 친정엄마의 아픈 손가락

8. 시어머니의 위로

9. 단단한 연민이 생겨난 부부


맥켈란기자

  꾸밈 없어 쉽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다만 언제든 펼쳐 보아도 다시 감정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는 밀도 있는 이야기를 담아 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