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동생과 50대 언니의 다이어트 분투기

완경 일지 2.

by 이화정

야금야금 체중계의 숫자는 날마다 갱신 중


" 저는 운동의지가 약해서요."

이 말이 무슨 자랑이라고. 이 말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이런 뜻이다.


-운동에는 몹시 게으른 사람입니다.

-작심삼일은커녕 작심 하루 폭풍 운동 후 나가떨어지는 스타일입니다.

-몸이 힘든 거 힘들어합니다.

-운동에 절실할 만한 이유가 아직까지 없었는데, 그게 큰 행운인지도 모르고 살았던 철딱서니 없는 사람입니다.


집을 나서기 전 체중계의 숫자는 또 기록을 갱신하고 있었다.

잔나비의 음악을 들으며 걸으니 억지로 운동하러 나온 발걸음이 조금은 흥겨워졌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다정다감한 가사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며 좋아하는 교회 오빠 만나러 가는 소녀처럼 경쾌하게 뛰어보기도 했다.

낮에는 30도 가까이 되는 이른 더위가 찾아온 6월, 해가 떨어지자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 흠, 이 정도면 운동하기 딱 좋은 걸!

문득 나도 마음먹고 운동을 해볼까하는 의욕이 생기는 찰나, 운동 미션에 한 번도 성공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넘어질 뻔 했다. 운동이든 다이어트든 어떤 명분으로 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느 정도의 기간을 정하느냐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지며,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성취 의욕도 생길 터. 갑자기 마음이 동했지만 혼자 몰래 결심하고 슬그머니 포기한 적이 많은 나는, 나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돌 맞는다!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하면 노려보는 사람이 많았다. '살이 쪄서 고민이야'라고 했다가 아차 싶을 때도 많았다. 자기 몸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 빼고 싶어 하는 '살'에 대한 이야기 속에는 많은 맥락이 숨겨져 있다. 타고난 체질과 체형 때문일 수도 있고 깊은 상처의 후유증으로 갑자기 살이 찐 사람도 있다. 다이어트가 생활화되어 있는 사람도 있고, 독하게 마음먹고 뺐다가 요요현상으로 더 체중이 는 채 자포자기인 상태인 사람도 있을 터.

우리 딸만 하더라도 놀기 위해 태어난 아이처럼 신나게 뛰어 다니느라 빼빼 마른 체형이었다가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체중이 늘어 어떻게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가 저렇게 몸집이 커질 수 있을까 볼 때마다 놀랐던 때가 있다.

건강의 적신호가 켜진 게 뻔히 보이는데도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살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리 딸이어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주제가 몸이다.


옷장 정리를 하며 여름옷을 꺼내 다림질까지 해두었다. 며칠 전 외출하려고 원피스를 입었는데 아무리 힘을 줘도 튀어나온 배를 감출 수가 없고, 전철 손잡이를 잡다가 우두둑 실밥이 터질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팔뚝이 끼어 얼른 벗고 통이 넓은 바지로 갈아입었다.

내게 다이어트는 이전과 달라진 몸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갱년기를 호되게 지나고 있는 내 몸은 구석구석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감을 수가 없고,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면 20킬로그램 돌덩이를 얹어 놓은 것처럼 괴로워진다. 아침에 한두 번 으앗 소리가 나올 정도로 무릎이 찌릿 아프고, 수시로 손가락을 주물러 줘야 할 만큼 관절염 증세로 고달프다. 그리고..... 작년에 입었던 여름옷이 죄다 불편하다.

평소보다 먹는 걸 더 신경 쓴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채소를 훨씬 더 많이 먹으려고 노력한다. 군것질도 거의 안 하는 편이다. 예전보다 훨씬 덜 먹는데도 자꾸 살이 찐다. 물론 운동하지 못한다. 유일하게 좋아하던 운동 요가를 그만둔지도 오래다. 요가의 동작 중 허리와 목에 무리가 가는 게 많아서다. 겨우 걷고, (매일 충분히 말고) 스트레칭 조금 하고 앉아서 운동 타령만 한다.


한 달 목표를 세워 보았다. 아무튼 뭐라도 운동이라 이름 붙일 만한 걸 하기. 그리고 가장 원초적인 목표 채중 감량 마이너스 ( ) 킬로그램.


내 건강에 더 관심을 두고 챙기는 후배 선영에게 살짝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내 목표를 적어 카톡 공지란에 올렸다. 푸핫, 웃음이 나왔다.

이걸 어쩔. 공식적인 목표가 되어버렸으니 나는 꼭 달성하는 걸로.


현실은 웃프지만 이왕 하는 거 신나고 재미있게


50대 몸에 대한 기록은 꽤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일명 #갱년기다이어트 기록을 해보기로 했는데 선영이도 우수수 자기 이야기를 쏟아냈다. 날마다 생식 한 끼와 스트레칭 기록을 남기며 자기 몸을 돌보는 일에 힘쓰고 있는지라 이왕이면 함께 의미 있는 한 달을 보내보기로 했다.

책만 읽지 말고 운동으로 나를 읽어보자는 선영의 말에 무릎을 쳤다.

그래, 40대와 50대의 다이어트 분투기를 기록해보자꾸나. 단지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잖니. 나의 몸을 존중하며 돌보는 법에 대해 우리가 연구해 보자. 우리 몸을 위해 애써보자. 그리고 좋은 정보를 나누는 거야! 나의 검버섯과 너의 주근깨 얘기도 재밌겠다. 운동한다고 처음으로 산 기능성 바지 이야기도 해볼게. 지루한 3세트 극복기며 어둔 밤길 혼자 걸어야만 할 때의 외로움에 대해서도.


이 글의 초안을 선영에게 보내주었더니 선영이는 "언니 나도 재밌는 얘기 해줄게요!"하며 다음날 이 글을 보내왔다.




{40대 동생과 50대 언니의 다이어트 고군분투기} 신선영


2022.06.19 내 어깨는 네모□


좋아하는 여름 셔츠가 있다. 늦은 봄부터 가을 초반까지 입고입고 또 입는 얇은 색의 핑크색 셔츠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분. 명. 히. 작년까지는 잘 어울렸는데,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옷가게에 가서도 다른 셔츠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그 셔츠를 더 이상 입을 수가 없었다. 안 어울려도 이렇게 안 어울릴수가 없다. 내 몸은 그대로인데, 내 얼굴도 그대로인데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아, 아니구나. 둘다 그대로가 아니구나. 나 올해 40살이구나. 그래서 안 어울리는구나”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옷가게로 달려갔다.


_언니, 저 지난번에 보여주신 셔츠 보러왔는데요.

몇 종류의 셔츠를 건네받고 갈아입기도 하는 중에 옷언니가 물었다.

_선영님, 다이어트 계속 하고 있는거에요? 오모나! 어깨가 네모가 되었네.

_네모요?

_어깨가 네모면 옷입었을 때 핏이 살거든요.

네모어깨...네모어깨...네모어깨라니...나는 이 단어를 세상 처음 들어봤다. 게다가 네모어깨라서 칭찬을 받는 일까지 생기다니...40살까지 살아볼 일인 것 같다.

기분이가 좋아져서 계획에 없었던 치마도 입어보았다.

이런이런이런!!! 셔츠에서 멈출걸....치마가 잘 들어간다. .아주 잘 들어가서 지퍼도 잘 잠긴다. 그런데 볼록 튀어나온 배는 어쩔 것인가? 치마가 잘 들어가면 뭐하나, 네모 어깨이면 뭐하나 내 볼록 뱃살은 어쩌란 말인가...다이어트를 하면 왜 한번에 골고루 살이 빠지지 않고 여기 조금 저기 조금 빠지고 내가 원하는 부위는 절대 안빠지는 걸까?

그날 저녁 카톡이 울렸다. 화정언니가 다이어트를 시작한다고 했다. 00킬로그램니까 한 달 동안 3킬로그램을 뺄거라고 했다. 뭐라고요? 00킬로인데 3킬로그램을 뺀다고요? 언니! 사람들이 돌 던져요!!!! 내 몸무게는 몇이더라? 기억이 안난다. 출산(2014년 9월) 이후로 몸무게를 재 본 기억이 없다. 건강검진을 할 때 재긴 하는데 그냥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언니의 다이어트 성공기원을 위해 단톡방에 공지사항으로 등록했다. 이제 그 톡방을 열면 언니의 6월 19일의 몸무게가 바로 보인다.

신의 계시인지 6월 20일, 건강검진을 받았다. 언니와 나는 정확히 100그램 차이. 00.0킬로그램인데 2.9킬로그램을 빼라는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100그램은 사실 화장실가서 힘 한번 주고 오면 끝인 무게인데. 내 몸무게와 감량목표도 어제의 그 단톡방 공지사항에 추가시켰다.

그리고 머릿속이 바빠졌다. 어떻게 살을 빼야할 것인가. 식단 노트를 다시 작성해야 할까. 스트레칭 시간을 늘려야 할까. 본격적으로 걷기를 해볼까. 헬스클럽을 본격적으로 다녀야 할까.

용인 동생이 그랬다. “언니, 30대에는 20대에 먹던거 50%로만 먹어야 되고, 40대에는 30대에 먹던거 50%로만 먹어야 살이 빠져. 그런데 언니는 계속 먹지 않아? 50대의 성공은 청바지에 티셔츠만 입는 거랬어.” 그렇구나. 그래서 내가 살이 안 빠지는 거였구나. 나도 성공하고 싶다.

나 네모어깨라고 옷언니가 칭찬해줬는데. 네모어깨에 티셔츠 입고, 배 볼록 살 빼서 청바지 입는 성공한 50살 되고 싶다. 성공한 40살이 더 되고 싶은게 진심이지만.

화정언니는 청바지에 티셔츠 입는 50대 언니인데 언니는 이미 성공한거 아닌가. 이러다가 나만 다이어트 하고 있는거 아닌가.

(선영이는 몸무게를 당당히 밝혔지만 돌 맞을까 두려운 50대 소심한 언니는 숫자를 지웠다 ^^;;)


19일에 시작한 운동은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생각보다, 계획한 것보다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놀라운 건 체중은........더 늘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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