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다 가끔 놀이 삼아 올라가 해보긴 했어도 저 위에서 본격적인 운동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마음 깊은 곳에는 떳떳하지 못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주로 본 풍경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아주 아주 열심히, 진지하게 기구 하나하나를 돌며 운동을 하시는 모습이었다. 그 사이에 끼어 운동하고 싶진 않았다. 어쩌면 더 깊은 속내는 이런 것일 수도.
'아, 번듯한 헬스장에 가서 하고 싶다고...... PT라는 게 뭔지 나도 한 번 받아보면 좋겠네!'
장비 발, 이런 맛이었구나!
운동복이 따로 있을 리 없었다. 등산 바지가 그렇게 좋다는 데 나는 동네 뒷산이나 오르니 청바지면 족했다. 운동은 편한 바지 입고 나가면 그만이었다. 근데 사이클 타는데 금방 땀에 젖어 들러붙는 바지가 영 불편했다. 작년부터 살까 말까, 무슨 바지 하나가 이리 비싸냐, 들었다 놨다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보다 못한 남편이 내가 사줄 테니 제발 이제는 좀 사라 해서 드디어 기능성 바지 한 벌을 장만했다. 반값 세일해서도 69,000씩이나 하는 바지다. (참고로 69,000원어치 책은 턱턱 고민 없이 산다.)
와..... 장비 발이 필요하긴 하네....... 이렇게 시원하고 편할 수가.....흠..... 열심 열심 본전을 뽑자 :)
일주일에 서너 번 일렬로 서 있는 운동 기구 위에 올라 땀를 뻘뻘 흘리며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한다.
처음보다 조금씩 더 많이, 잘하게 되는 기쁨
[풀 웨이트]라는 기구는 앉아서 내 팔의 힘으로 나를 들어 올리는 운동이다. 양쪽 손잡이를 아래로 끌어내리면 앉은 상태의 나는 위로 올라간다. 처음 목표는 15회씩 3세트.
처음에는 쿵쿵 소리를 내며 겨우 2세트 했다. 올 때마다 한 개씩만 더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6월 19일에 20회 했던 내가 7월 7일 오늘은 쉬지 않고 30회를 들어 올린 후 잠시 쉬고 27회를 연달아했다. 물론 매번 끙.... 헉헉 이었지만 바닥에 닿지 않고 재빠르게 들어 올리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매번 한 번씩만 더 하자.... 이 훈련은 내가 무얼 하든 큰 도움이 될 경험치가 될 것 같다. 한 번을 더 해냈을 때의 희열이 생각보다 커서 혼자 의기양양 뽐을 내는 내 모습이 웃기다.
3세트는 너무나 지루해서 못 하겠어!
필라테스를 배우던 때 수시로 마음이 힘들었다. 한 세트만 해도 벌써 나가떨어질 것 같은데 앞으로 15번씩 두 번 더 해야 된다는 게 늘 아득해지곤 했다. 그래서 요가를 하며 좋았었다. 내가 따라 할 수 있을 만큼만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매번 운동기구에 올라 시간을 재야 하고, 세트를 반복해야 되는 건 내 앞에 놓인 숙제였다. 그래서 연구했다. 어떻게 하면 덜 지루할까? 어떻게 시간을 채워 제대로운동을 할까?
어제는 박효신, 오늘은 김동률
지금까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노래 잘하는 오빠들 힘을 빌리는 것.
박효신의 '야생화'는 5분 15초, 김동률의 '답장'은 6분 1초.
노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다음 운동 기구로 이동!
노래에 집중하며 추억을 곱씹고, 밤하늘을 쳐다보며 선율과 가사에 집중한다.
훨씬 시간이 잘 간다. 가로등에 반짝이는 물기 어린 나뭇잎들도 예뻐 미소까지 지으며 운동하게 된다.
운동하는 나를 격려하는 방법을 오늘도 궁리합니다
한 달만큼은 목표를 달성해 내게 운동 성공담을 안겨주고 싶다. 마지막 운동 기구에서 내려오면 인증 사진을 선영에게 보낸다.
"언니 오늘도 약속 지켰다!"
우리 둘이 카톡방에서 주고받은 사진, 스트레칭과 생식 기록, 보조 식품 정보, 응원과 잔소리, 다정한 수다들이 쌓여갈수록 내 몸이 달라지고 있다. 혼자라면 벌써 슬그머니 그만두었을, 나에겐 가장 자신 없었던 그 운동을 하고 있는 건 선영의 공이 크다.
체중계 숫자는 요지부동이지만 나는 나날이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다. 운동을 즐기며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 더 열심히 연구해 보려고 한다. 근사한 헬스장이 이제는 부럽지 않다. 나무를 바라보며 운동을 하는 건 얼마난 멋진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