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 일지 5
[달려라, 화정] - 신선영
저녁 9시가 넘으면 단톡방에 언니의 운동 사진 한두 장과 마무리 인사가 올라온다. 어제도 올라왔고, 어제 어제도 올라왔고, 어제 어제 어제도 올라왔고, 어제 어제 어제 어제 어제도...
이 언니 왜 이러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이러다가 쓰러지는 거 아닌가? 사실 운동하고 땀범벅인 모습의 언니 사진은 너무 예쁘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도 그 순간 ‘나가서 공원을 한 바퀴 돌아야 하나’라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그래서 걱정되는 마음이 생기면서도 "달려라, 화정아!!!"라고 나팔 손을 만들어 크게 외치며 응원해 주고 싶다.
언니와의 운동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11월 4일에 처음 시작한 운동은 언니가 2주 만에 포기 선언을 했다. 3주인가? 4주인가? 아무튼 100일이 목표였는데 서로를 강제하는 운동은 아니었기 때문에 언니의 선택을 존중했지만 그 후로 언니는 여기저기 아팠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언니를 꼬시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운동을 할 때입니다! 저 살 많이 빠졌어요!! 저 이제 허리 하나도 안 아파요!!! 저는 언니가 쓴 책 많이 많이 보고 싶어요!!!! 꼬임에 빠진 언니는 2022년 3월 19일부터 강제로 두 번째 운동을 시작하긴 했는데... 틈만 나면 도망갈 생각을 하는 이 꾀쟁이 50대 언니를 어찌 하나~ 톡방에 각자가 한 운동을 공유하는데 조용하거나 엉뚱한 이모티콘을 보내는 이 언니를 어찌하나~
그래도 나의 운동기록을 꾸준히 툭툭 던져놓았는데 언니에게 드디어 불이 붙었다. 활활!!! 석유를 뿌린 거마냥 너무너무 큰 불이 되어서 러닝 앱까지 깔고, 공원 운동기구까지 점령해가며 운동을 하고 있다. 와... 이 언니 모지? 몰까? 언니, 내가 모 잘못한 건 아니죠? 제가 그동안 괴롭혔다고 복수하고 그러는 거 아니죠?
날씨 때문인지. 피로 때문인지. 머릿속의 이런저런 잡념들 때문인지 최근의 나는 운동을 외면하고 있다. 그 시간에 쪽잠을 더 자고 그 시간에 못 본 티브이 프로그램을 찾아본다. 언니의 운동 알람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나, 언니는 운동했어. 너는? (안 한 나는 양심이 콕콕ㅋ)
둘, 언니는 무사해, 너는?(눈물이 찔끔ㅠ)
지금껏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고 믿었지만 운동을 시작하며 나는 몸이 마음을 지배한다고 믿게 되었다. 몸이 좋으면 마음이 힘들어도 버틸 힘이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언니의 운동은 나에게 응원 같은 것. 언니가 하니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 같은 것.
달려라, 화정!!
화정이가 뛰어야 나도 뛴다. 뛸 수 있다. 그렇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