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강의 일정으로 이틀 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다. 집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어 친정에서 바리바리 싸들고 온 온갖 채소들과 반찬을 세 번에 걸쳐 날라야 했다. 무거운 짐을 들고 3층 계단을 오르내렸으니 오늘 운동은 생략하려고 했었다.
망설이다 집을 나섰다. 파란 기운이 감도는 하늘이 예뻤다. 바람도 제법 선선하고.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세상에. 내가 뛰다니. 기쁨이 차올랐다.
요실금 증상이 있다. 재채기를 할 때, 화장실에 다녀온지 오래 되었는데 버스 타려고 뛰어가거나 할 때, 가끔 속옷이 젖는다. 외출할 때 팬티라이너를 쓴지 오래되었다.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필라테스를 배울 때도 뛰는 동작이 있을 때 몹시 괴로웠다. 괜찮은 날이 대부분이지만 어쩌다 증상이 있는 날은, 비참하다.
케겔 운동도 운동. 몇 번 하다 힘들고 어렵고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어 하다 말곤 한다. 방광염으로 비뇨기과 갔을 때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전자식 케겔 운동 기구를 알게 되었다. 어휴, 한숨.
러닝앱을 깔았다는 얘길 듣고 40대 동생 선영과 달리기 좋아하는 편집장이 환호했다. 요실금 있어 걱정이라는 말에 "살살 뛰야지~" 라는 사투리에 크게 웃었다.
오늘 살살 뛰는 게 어떤 걸까 생각하며 통통통 아이 뜀박질을 흉내내 보았다. 으하하 기분이 좋았다. 좋아, 이렇게 뛰니 괜찮구먼!
뛰다가 걷다가 하며 공원에 도착.싸이클도 노래 두 곡 들으며 씽씽. 팔운동은 오늘 30번 내리 하고, 27번에 하나 추가! 다리 운동 기구 위에 섰을 때다. 하늘을 쳐다보며 운동 하기.
별 하나가 반짝반짝 빛난다. 오늘은 [나의 해방일지]OST가 귀에 착착 감긴다.
아름다운 선율에 몸을 맡기고 허공 위에 힘차게 발질을 한다. 오른쪽 왼쪽 다리를 쭉쭉 뻗고 내달리듯 힘을 주어 여름 공기를 가른다.
여지껏 나는 운동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거짓말에 속은 게 아닐까. 나랑 싸우는 일이니 당연히 하기 싫었지. 누가 그랬을까. 나는 왜 동의한 걸까.
이제보니 아닌데. 이렇게 내 몸의 움직임을 기꺼워하며 생생한 나를 의식하는 일인데. 이렇게 눈과 귀와 운동 기구를 움켜쥔 손과 힘차게 쭉쭉 뻗는 다리의 근육들이 서로서로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데.
운동을 채 마치지 못한 채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앞으로 계속 운동을 지속할 이유를 오늘 찾은 게 기뻐서.
모기 한 방 물리고, 공원을 빙빙 돌면서 쓰다가 집을 향해 걸으면서 글을 쓰는 나. 잠시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쓰고, 지금은 불 꺼진 상점 앞 기로등 아래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