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시간의 얼굴』을 마주하다
마흔 살이란 앞만 보고 달려온 걸음 앞의 커다란 걸림돌이다. 설혹 잘못 들어선 길이라는 것을 깨달아도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있다는 것, 인생의 성패는 이미 판가름 난 것이 아닌가라는 성급한 판단에 초조해지기도 하고 잘못 끼워진 첫 단추가 이제야 확연히 보이는가 하면 여념 없이 살아온 날들에의 반성과 검토, 게다가 한 인간으로서의 내가 무엇이며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실존적인 물음 앞에 피할 도리 없이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오정희, <내 마음의 무늬>, 황금 부엉이, 39쪽
주체적인 나로서 존재하고 싶다는, 행위적 신분적 존재로서 자리 매겨지는 것이 아닌 진정한 나를 느끼고 만나고 바라보는 일들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일인가를 알면서도 인습과 길들임의 편안함, 타성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모험이며 두려움으로 느낄 만큼 ‘작아지는 소망, 커지는 타성’에 절망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인생은 40부터라고 씩씩하게 주장하며.
- 같은 책 40쪽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원하는 것과 원치 않은 것이 뒤섞여 있다는 것, 어떤 경우에도 플러스· 마이너스 요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같은 책 42쪽
우리는 모두 어느 연령대가 되었든 모든 면에서 나이에 대한 문제를 경험한다. 그것은 본질적인 인간 경험이며, 어느 문화에서나 자아와 타자가 조우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는 또한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지점이기도 하다. 끈기와 용기를 지닌 사람이라면 이 지점에서 자기 삶에 부담을 지우는 절반의 거짓과 절반의 진실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가 되었든, 어떤 관점이 되었든 우리 각자는 자신의 나이에 대한 질문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자기 삶을 관조하는 민족학자 ethnologue가 된다.”
-마르크 오제, <나이 없는 시간>, 플레이타임, 17-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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