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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May 10. 2020

예술에 기대어 삶을 지탱하다

<호랑이 바람> 김지연 작가님 북 토크 세 번째 이야기

완벽한 세상이라 여겼던 삶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스무 살부터 불안을 다스리며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든 것은 예술이었다. 그림책은 나의 고민과 방향을 내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다.-김지연

고성으로 모여드는 소방차들과 목숨을 걸고 화재 진압에 애쓰는 주민들과 공무원들을 보며 생각했다고 한다. 세월호 때는 못했는데 이번에는 한 것 같다고. 이 말의 울림이 더 컸던 이유가 있다. 작년 5월 선향은 다림 출판사에서 모임을 하면서 <백년 아이>를 만든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장 답사와 자료 조사 등 작가의 남다른 마음가짐과 작업 방식을 알고 있었기에 이 작품 또한 어떤 마음으로 임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작가님은 <백년 아이>에는 기쁨과 희망을, <호랑이 바람>에는 고통을 함께 겪자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을 위해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임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좀 더 바람직한 답을 들려주고 싶지만 늘 어려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마음도 차곡차곡 쌓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큰일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각자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뿐이다. 김지연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고, 우리는 그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 한 칸을 쌓으면 된다. 참가비와 선향 회비를 보태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고성 산불 이재민을 위한 긴급구호 지원금을 보냈다.

평소에 우리가 여기저기 보내는 기부금은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모이면 쓸 만한 돈이 된다고 믿는다. 중요한 건 기부금에 마음을 새기는 것이다. 왜, 어떻게 보내는 건지 스토리를 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계속 생각하고 다음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걸 하게 된다.

모임에서 기부금을 보내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그 일이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 드렸다. 작가님의 에세이 <아무도 외롭지 않게>에는  있는 구절을 소개했다.


‘엄마들은 혼자서도 강하지만 모여서도 잘 지낸다. 그런데 아무 곳에나 모여서는 안 된다. 선한 기운이 만들어지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가 모인 자리가 그런 자리였으면 했다. 각자가 자기 자리로 돌아간 뒤 작가님의 바람대로 고통을 함께 겪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우리가 될 거라고 믿는다.

연대라는 말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함께한다는 말은 나도 무언가를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좀 더 도움이 되는 행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마음부터 써야 한다. 걱정하는 마음, 슬퍼하는 마음, 분노하는 마음, 궁리하는 마음부터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혼자서는 쉬이 잊어버리고, 슬그머니 놓아버리니 함께 모여 마음을 보태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축적하며 선한 기운을 전하고 퍼뜨려야 조금씩이나마 변화가 생길 것이다. 작가님은 읽어온 책들과 고민들이 누적되어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했다. 독자인 우리는, 엄마인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는 자신부터 잘 챙기며 일상을 지키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그다음에 제대로 '우리'가 되어 함께 마음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연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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