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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츠 읽기 Nov 14. 2018

남편이 ‘남의 편’이에요(2)

운동 때문에 남편이 '남의 편'이 되어버린 사연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우리 남편은 아이언맨(iron-man)입니다. 아마추어 철인삼종경기에서 한가락 하는 인간이라는 말이죠. 그의 연간 일정은 간단합니다. 여름에는 대회, 그 외의 계절에는 트레이닝. 건강해도 너무 건강한 남편을 보면서, 저의 속병은 깊어만 갑니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 스포츠정책과학원 한태룡 정책개발연구실 실장은 이전 글에서 간단한 처방을 적었고, 이 글에서는 약간의 '전문가 삘'을 발휘해 '운동중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전 글] https://brunch.co.kr/@bruncht7ac/55?fbclid=IwAR2MhD80VXKlxUa34Y3cTHlK-qKVmLljMemF02jSdlpIS_P6LgLyV7f2Q_0



미숙 : 운동할 때 보면 남편은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까지도 들게 합니다. 평소에는 가볍게 운동하다가 대회가 가까워지면 운동의 강도도 세지고, 식사조절에도 들어갑니다. 저도 다이어트라는 것을 해봤기 때문에, 그 고통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김명민이란 배우가 루게릭병을 앓는 ‘내 사랑 내 곁에’라는 영화가 있죠. 그 영화에서 김명민씨는 20kg 정도 감량했다고 하는데, 그 과정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촬영장에서의 모든 스텝은 먹는 것 하나도 조심했다고 합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죠. 함께 밥 먹는 것도 거의 어렵지만, 어쩌다 밥 냄새 풍기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소크라태룡 :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지구력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용맹정진하시는 수도승을 보는 듯한 숭고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죠. 근데 그것과는 상관없이 남편께서  ‘운동중독 맞다’는데 저는 500원을 걸 수 있습니다. 중독은 ‘의존성’, '내성', 이로 인한 '생활의 불편함'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남편께서는 운동에 의존하시는 것은 확실하죠?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점점 강한 강도로 운동에 몰입하다 보니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그걸 보고 중독이라고 하지는 않지요. 하지만 분명히 이로 인해 가족이 힘들어 하시고 가족관계가 좀 힘들어하시는 것은 확실하시죠. 그리고 아마 본인도 내심 상당히 힘들어하시는 것이 맞을 겁니다. 중독도 정도가 있는데 아마 초기 정도 상태인 듯 보입니다.



미숙 : 에효~~ 남편 직업은 헬스장 퍼스널 트레이너입니다. 그 직업상 트레이닝은 직업적 영역인 것 같은데요. 그걸로 먹고사는 사람이 중독이라고 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네요. 그런 식이라면 아인슈타인은 물리학 중독이고 스티브 잡스는 IT중독자 아닐까요? 

소크라태룡 :  맞는 말입니다. 어떤 것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 모두 중독자라고 하는 건 말이 아니죠.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면 어쩌면 퍼스널 트레이너라는 직업이 변명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하시는 바가 퍼스널 트레이너라는 직업과 연결성은 있지만, 그게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수준도 분명 과도한 편입니다. 체육교사가 프로복서로 활약한다고 합시다. 체육교사와 복싱은 관련성이 있죠. 그런데 복싱에 너무 깊숙이 빠져 들어간 체육교사라는 직업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가족과 불화하고, 자신도 힘들게 되었다고 가정하면 문제가 큽니다.  


미숙 : 좀 머리가 아파지기는 합니다. 그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소크라태룡 : 아무래도 가장 시급한 건  ‘자기시인’일겁니다. 퍼스널 트레이닝이 ‘내 직업이다’ 그리고 철인삼종은 직업과 관련있다는 말의 뒤로 숨지 말고. ‘나는 운동중독이 맞다’라고 시인하면 그제서야 새로운 게 보일 겁니다. 이건 저의 경험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1990년대 초부터 약 3년 간 기록에 목숨을 걸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달리다가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록에 매몰되어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달리기가 즐겁지 않았고, 달리기와 생활에 조화를 만들어 가는 게 매우 힘들었거든요. 그 후로는 기록과 상관없이 즐거움을 추구하는 ‘펀 런(fun-run)’을 하고 있습니다.    


미숙 : 하기야. 기록을 의식하며 달리는 것이 피곤할거야. 기록경기선수를 ‘시간이란 감옥에 갇힌 죄수(prisoners in measured time)’라고 말한 사람도 있으니까. 

소크라태룡 : 언젠가 1년 단위로 연간 제법 규모가 되는 마라톤 대회 100개의 부별 1~3위 입상자의 중복여부를 조사해봤지. 동명이인도 있겠지만, 5개 이상 중복 입상자가 100여명이나 되더라고요. 심한 경우, 상금사냥꾼으로 큰 대회를 돌아다니면서 상금만을 위해 달리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라톤이나 철인삼종은 너무도 정직한 운동입니다. 내가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오고, 그게 몸으로 느껴져. 그건 온전히 자신의 자부심이 되고, 게다가 그 종목을 위해 모인 동호회 내에서 이런 성취는 대단한 평가를 받게 되고 그러다 보면 운동을 처음 시작하게된 이유를 망각하고 그 운동에 과몰입하게 됩니다. 우선 자기시인부터 유도해보시고,  서로의 힘든 부분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고, 이런 상태가 과연 행복한지를 심각히 상의해보십시오. 만약 양부모님 중 한 분이 아프시던가 하는 우환이 생겼을 때, 지금 이 상태라면 잘 대처할 수 있는지를 두고 말해봐요.


미숙 :  내가 가장 염려되는 게 이 상황이 ‘남봉꾼 남편이 늙고 힘 빠지니 조강지처를 찾아 오더라’라는 식으로 정리되는 거예요. 그러는 동안 내 속이 얼마나 타들어가겠어.  

소크라태룡 : 받아주기는 할 모양이군요.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정면돌파 해보세요. 남편은 설사 참아 변비 만들 정도로 의지가 강한 인간이니, 개선하고자 한다면 분명 가능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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