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우리 몸과 마음을 지키는 최고의 항암제이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
태어나서 우는 건 세상에 태어났음을 알리는 선포이고,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우는 건 효행(孝行)의 의미를 알고 비로소 인간이 되었음을 의미하고, 나라가 망했을 때 우는 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더 이상 관계를 맺을 사회가 없다. 즉 삶에 집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남자는 마흔 넘으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보소 프레신 분비가 적어지면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옥시토신 비율이 높아진다. 주요 호르몬이 바뀌면서 성향도 좀 더 여성적으로 변하게 된다. 호르몬 때문일까? 나는 마흔 넘어서 눈물이 부쩍 늘었다. 특히 뇌수술 직후에는 마음이 약해진 탓인지 툭하면 운다.
KBS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는 수술 이후에 보게 된 드라마다. 삼 남매를 둔 가장 차순봉(유동근 분)이 위암 말기 판정을 받으면서 진정한 가족의 사랑을 알게 되는 줄거리이다. 나의 방사선 치료가 끝날 즈음에 차순봉 본인 건강에 이상 있음을 알게 되는 내용이 방영됐다. 저절로 몰입이 됐다. 언젠가 내 훗날의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 가족 노래자랑이 열렸는데 유동근이 최백호 노래 '길 위에서'를 직접 부르며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희생하고 삶의 마지막을 맞은 아버지의 심경과 노래 가사가 더없이 잘 어울렸다. 마음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말없이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눈물이 그칠 줄을 모르고 흘렀다. 드라마를 함께 보던 어머니와 아내도 조용히 울고 있음을 느꼈다. 서로 어색해질까 봐 조용히 TV만 보았다. 드라마 속 차순봉도 울고 현실 속 나도 울었다.
아버지는 내가 대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다.
당신은 사 남매의 막내아들이어서 일까? 내 뒤론 형제가 없다. 없는 살림에 외아들 대학까지 보내 놓고 이제 호강할만하니까 저 세상으로 가셨다. 결혼과 동시에 자식을 낳고 보니 어릴 적 원망만 하던 아버지의 부재(不在)가 느껴졌다. 어머니와 아내 몰래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마실 수 있는 아버지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서글프게 만든다. 사춘기 시절, 아버지와 체격이 비슷할 시절, 원망스러운 마음에 술 취한 아버지를 힘으로 밀치고 베개로 때렸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서글프게 만든다. 서글픈 마음에 엉엉 소리 내서 운 적이 있다. 그것도 어머니와 아내 앞에서. 그것도 아주 서럽게 운 적이 있다.
남자들은 눈물에 인색하다
국내 암 치료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의 이병욱 박사의 저서 <서른 살 면역력>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자신도 모르는 감정들이 숨어있다고 한다. 불평불만, 시기, 미움, 질투, 슬픔, 화, 분노, 저주, 증오, 혐오와 같은 감정들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채 잔뜩 쌓여있으면 몸을 해치는 독소와 같은 영향을 끼친다. 아픈 마음의 독소들을 해독시키는 것이 바로 눈물이다. 슬프거나 기쁠 때 흘리는 감정 섞인 눈물에는 카테콜아민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들어있다. 이는 스트레스를 반복적으로 받을 때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소화기 질환과 관상동맥 협착 등을 일으키는 호르몬이다. 눈물에는 카테콜아민 성분이 다량으로 들어있다. 눈물을 흘림으로써 체내에 있는 카테콜아민 성분이 줄어들면 우리는 그만큼 불안감을 덜 느끼게 되고 안정감을 찾게 된다. 한바탕 울고 나면 가슴이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눈물은 암세포를 억제하고나 감소시키는 항체를 많이 만들기도 하고,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면역체계가 개선된다. 심지어 목놓아 울면 복근 운동효과와 장기능도 좋아진다. 암 치료 방법에 눈물 요법이 있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남자보다 여자들이 눈물이 많은 이유는 눈의 구조로 볼 때 여자의 눈물 길이 좁아서 체내로 자연스럽게 흘러 내려가야 할 눈물이 밖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대부분 남자들은 여자의 눈물에 무너진 경험이 있지 않은가? 여자의 눈물은 무죄라고 했던가? 눈의 구조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남자들은 눈물에 인색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울보라고 놀림받거나 사회생활에서 나약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이여! 이제부터는 태어나서 세 번이 아닌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울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 자존심을 다 버리고 울자. 슬퍼서 우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눈물 나도록 웃어서 우는 것도 좋다. 눈물은 우리 몸과 마음을 지키는 최고의 항암제이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부모님에게 서글픈 마음을 남겨줄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