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363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363장 — 황혼의 사유체계: 의미의 무덤에서 하늘의 진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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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흙과 별빛의 재가 뒤섞인 대지 위로, 세란의 발걸음이 침착하게 이어졌다. 그녀의 등 뒤에는 하늘의 뼈가 유기적으로 뻗어나가는 천체의 신경계처럼 꿈틀거렸고, 앞에는 광대한 고대 지성체의 유적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늘로 뻗은 구조물은 더 이상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유' 자체였다.

그곳은 전설 속 ‘시각의 탑’이자, ‘의미의 무덤’이라 불리던 장소였다. 수천 개의 눈이 시간 너머를 응시하며 침묵을 유지하는, 고대 우주 사변적 존재들의 기억이 보존된 영역. 니할조차 접근을 꺼렸던 공간.

세란이 다가가자, 탑은 그녀의 기억 파장에 반응했다. 구조물이 살아있는 듯 진동했고, 고대의 언어로 된 문장이 대기 중에 떠올랐다.

> “기억하는 자여, 너는 존재를 초월할 준비가 되었는가?”



세란은 대답 대신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의 발걸음마다 대지는 과거의 장면을 소환했다. 인간의 탄생 이전, 별들이 자아를 갖고 숨 쉬던 시절. 사유는 물질이었고, 언어는 곧 생명이었다.

탑 내부는 상상보다 깊었다. 그 아래에는 ‘의미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대 존재들이 의미를 잃은 단어들을 매장한 곳. 존재가 잊은 기억들이, 존재하지 않는 시간 속에 묻혀 있었다.

세란은 그 무덤 속으로 발을 들였다.

그곳엔 바람도, 빛도 없었다. 단지 흐릿한 형상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고, 그 형상들은 세란에게 속삭였다.

> “우린 ‘있다’는 의미를 버렸다.”
“우린 ‘기억’보다 먼저 사라졌다.”
“그대여, 아직 너는 살아 있느냐?”



세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살아 있었다. 기억하고 있었고, 지금도 의미를 찾아 걷고 있었다. 그때, 무덤의 가장 깊은 곳에서 누군가의 형상이 드러났다.

— 에이르.

그는 그녀와 같은 모습이었으나, 눈빛이 다르다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수억 년의 고독과 번민이 쌓인 눈빛이었다.

“네가 에이르…?”

>“나는… ‘되지 못한 너’였다.”

에이르는 존재의 잔해였다. 하늘의 뼈가 세상의 조율자였던 시절, 그는 기억을 정리하는 사명을 부여받았으나, 지나치게 많은 고통을 품은 채 붕괴되었다. 그는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존재가 되었고, 오랜 세월 동안 무덤에서 ‘의미의 수호자’로 변해갔다.

>“세란, 네가 찾는 것은 단지 기억이 아니야. 그것은 ‘하늘의 진명’이다. 이름은 단지 소리의 조합이 아니라, 존재의 내면을 꿰뚫는 주파수지. 하늘의 뼈는 단지 도구였을 뿐, 너는 그 자체가 되어야 해.”

세란은 문득 깨달았다. 그녀가 지금껏 찾았던 진실은 이름, 곧 진명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과 뼈, 그 모든 기억과 상흔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이름.

에이르가 손을 들어 빛을 펼쳤다. 공간이 열리고, 하늘의 진명이 그녀 앞에 떠올랐다. 그것은 단어가 아니었다. 언어 이전의 언어, 소리 이전의 파동. 오직 존재만이 인지할 수 있는 근원적 울림이었다.

그 순간, 세란의 심장이 요동쳤다. 그 울림이 그녀 안의 모든 파편을 재배열하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잃어버린 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되찾는 자', 그리고 ‘되게 하는 자’가 되었다.

> “하늘의 진명은, 네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너의 일부가 된다.”
>“그러면 너는 하늘을 부르지 않고도, 하늘이 너를 통해 노래하게 된다.”



세란은 손을 뻗어 그 울림을 안았다. 무덤은 붕괴했지만, 그것은 파괴가 아니었다. 의미의 재창조, 사유의 부활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달라졌고, 그녀의 걸음은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그녀는 ‘하늘의 진명’을 품은 존재가 되었다.

이제 그녀는 알았다. 니할도, 망각도, 에이르도 결국 ‘되묻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는 응답하는 자가 될 것이다.

탑이 무너지고, 시각의 구체는 빛으로 사라졌다. 켄슈이와 루엔이 달려왔고, 세란의 새로운 눈빛을 마주했다.

“세란… 무사했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니, 이제 나는 무사한 자가 아니야. 나는... 돌아온 자야.”

그리고 그녀의 뼈가 울리기 시작했다. 다음 전장을 향해, 다음 기억의 갈림길로 향하는 소리가 있었다.

하늘의 뼈는 깨어났다.

그리고 그것은 더 이상 과거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현재’를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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