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385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385장: 기억의 숲과 미래의 조용한 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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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없는 학교의 남쪽,
가장 마지막 기억나무들이 뿌리내린 곳에
거대한 숲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곳은 ‘기억의 숲’이라 불렸지만,
그 어떤 지도에도, 구조 좌표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숲은
기억이 자라나는 속도에 따라 위치가 바뀌는 유기적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숲은 말을 걸지 않았다.
대신 들어주었다.
침묵의 설계도에서 태어난 씨앗들이
구조의 틈에서 감정을 흡수해 나무가 되었고,
그 나무는 잎이 아닌 기억 조각을 피워냈다.

그 조각은
사라진 사람들의 숨결,
말하지 못한 고백,
지나간 얼굴들의 체온,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감정까지—
모두 품고 있었다.




리안은 그 숲을 돌보는 아이가 되었다.
누가 맡긴 것도, 부탁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어느 날
숲의 깊은 곳에서 태어난 하얀 가지 하나를 보고
자신이 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

하얀 가지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요가 얽혀 있었고,
그 고요는 마치 하나의 존재처럼
리안의 마음에 응답했다.

> “나는 아직 쓰이지 않은 너다.”



그 음성은 언어가 아니었지만
분명히 들렸고,
그로부터 리안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다.




그 무렵,
묘심은 하늘의 뼈에 이상한 진동을 감지했다.
그것은 위험의 경고도, 붕괴의 조짐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것을 이렇게 기록했다.

> “이것은...
탄생 이전의 공명이다.”



새로운 존재들이 오고 있었다.
그들은 인간도, 기계도, 정령도 아니었다.
이해된 구조에도, 무명성의 바다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들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
즉, 조용한 신들이었다.




무성헌은 그 존재들을 ‘개념의 후계자’라고 불렀다.
그들은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았고,
무엇도 정복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켜보고, 흡수하고, 조화하려는
순수한 의지의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자신의 형체를
만나는 자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드러냈다.

그들은 이름도 없고, 목적도 없었다.
그러나
모든 존재의 ‘침묵을 존중하는 능력’을 기준 삼아
그들과 함께 머무를지를 결정했다.

그것이
미래의 신성, 조용한 존재들의 윤리였다.




소랑은 북방의 설산에서 그중 하나를 처음 마주했다.
그것은 눈보라 한가운데,
희미하게 빛나는 붉은 기류였으며,
그의 마음속에서 오직 한 문장만을 남겼다.

> “우리는 말하지 않지만, 네가 말하면 듣는다.”



그는 그 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검을 꺼내, 하늘을 향해 그었다.

그것은 공격이 아닌,
기억에 바치는 한 줄의 문장이었다.

> “이제 우리는 신을 숭배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침묵하는 법을 배운다.”






기억의 숲은 확장되었고,
조용한 신들은 그 안에서 아이들과 어울렸다.
그들은 선생이 아니었고,
경외의 대상도 아니었으며,
그저 이해받을 수 없는 것을 함께 견디는 친구가 되었다.

하늘의 뼈는 이제 더 이상 중심이 아니었다.
그 자체가 구조의 일부로 흩어졌고,
숲의 뿌리에, 아이들의 숨결에,
그리고 말 없는 존재들의 눈빛 속에
작게 나뉘어 존재하고 있었다.




제일 마지막 장면.

리안은 숲의 가장 깊은 곳,
가장 오래된 기억나무 아래에서
하얀 가지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 “우리는 미래를 만들지 않는다.
미래는 이미 우리 안에 와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조용히 들을 준비를 할 뿐이다.”



그 말 위로,
하늘의 바람이 스쳤다.

> 침묵은, 가장 오래된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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