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편. 오프닝의 식탁
전시 오프닝 날, 갤러리 안은 북적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작품이 아닌 긴 테이블에 쏠려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고급 케이터링 음식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핑거 푸드, 치즈 플래터, 미니 케이크, 샴페인…
작가 수경은 그 앞에서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오늘의 주인공은 그림이 아니라, 식탁이구나.”
전시를 열기 위해 그녀는 이미 모든 걸 포기해야 했다.
재료비를 줄이고, 캔버스를 다시 쓰고, 심지어 전시 도록까지 포기했다.
그러나 오프닝 행사만큼은 갤러리에서 ‘의무적’으로 요구했다.
“작가님, 손님맞이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음식은 최소한 이 정도는 준비하셔야…”
그 ‘최소한’의 금액은 그녀의 한 달 월세보다 비쌌다.
수경은 결국 빚을 내어 케이터링을 주문했다.
“내 그림 대신, 음식이 사람들을 모으겠지.”
그 예감은 정확했다.
전시장의 풍경은 오프닝날에, 오프닝 시간에 맞춰, 모이거나 흩어지기도 한다.
오프닝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와인을 들고 그림 앞에 서는 척했다.
그러나 곧, 모두가 식탁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치즈가 맛있네.”
“저 미니 케이크 인스타에 올리자.”
“작품은 나중에 보면 되지.”
수경의 그림은 벽에 걸려 있었지만, 아무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
한참을 서서 본 사람은 없었고, 대신 접시 위에 음식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녀는 웃는 척하며 손님들을 맞았지만, 마음은 구겨진 종이처럼 구석에 놓여 있었다.
행사 막바지, 한 후원자도 아닌듯한 후원자가 다가와 말했다.
“작가님, 오늘 음식이 훌륭하네요. 케이터링 어디서 하셨어요?”
수경은 순간 말을 잃었다.
그는 그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직 음식만 칭찬했다.
수경은 웃음을 애써 지으며 대답했다.
“제 그림은, 음식처럼 빨리 사라지지 않아요.”
그러나 그 말은 속으로 삼킨 채였다.
그녀의 목구멍은 떨렸고, 눈가에는 뜨거운 것이 차올랐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난 뒤, 식탁 위에는 반쯤 남은 빵과 와인잔이 흩어져 있었다.
그때, 한 소년이 다가왔다.
갤러리에 초대받지 않은 듯, 구석에서 조용히 있던 아이였다.
소년은 빵을 들고 수경의 그림 앞에 섰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이 그림, 빵보다 배불러요.”
수경은 깜짝 놀라 아이를 바라봤다.
소년의 눈은 진심이었다.
“제가 배고플 때 이 그림을 보면, 먹는 것보다 더 좋아질 것 같아요.”
그 말에 수경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오늘, 단 한 명이라도 작품을 ‘먹은’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아...
먼저번에 어디선가 비슷한 말...
그때 그 아이... 그림을 먹는 아이... 같아...
행사비로 진 빚은 그대로였고, 그림은 팔리지 않았다.
그러나 수경은 일기장에 적었다.
오늘, 내 그림은 누군가의 식탁이 되었다.
음식은 사라졌지만, 배부름은 남았다.
그녀는 남은 빵 조각을 작은 종이에 싸서, 그림 옆에 올려두었다.
“언젠가 다시 누군가 이 그림 앞에 서면, 이 빵의 기억이 떠오르길.”
그리고 홀로 전시장을 나서며 속삭였다.
“내 그림은, 내일도 또 다른 식탁이 될 수 있다.”
— 끝 (제9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