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이 되기 전에 열심히 살을 찌우며 안락함과 게으름 속에 빠져 있었지만, 이제는 병원에서 지방간 수치가 높다는 경고를 받으면서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과거에는 걷기를 좋아하고 활발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지금의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실감하게 된다.
택시를 타고 짧은 거리도 걷지 않으려는 습관이 생겼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무기력해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혜원은 걷기, 헬스장, 요가, 에어로빅 등 여러 운동 방법을 생각해 보지만, 과연 다시 살을 뺄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티브이에서 연예인들이 살을 찌우고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자신을 위안 삼던 시절도 지나갔다는 현실을 깨닫는다.
혜원은 목표를 62.8kg에서 52kg으로 잡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몸무게를 줄이는 과정에서 느끼는 배고픔이 이미 걱정거리로 다가온다. 그녀는 방 한가득 걸려있는 작은 옷들을 다시 입을 날을 상상하며, 이번엔 정말로 살을 빼겠다는 결심을 다지지만, 동시에 그 결심이 흔들릴까 두려워하고 있다.
--- --- ---
혜원은 일기장을 덮고 나서 결심을 다지듯 빨래를 가지러 코인 빨래방으로 향했다. 이번엔 택시를 부르지 않고, 정말로 걸어서 가기로 마음먹었다. 빠른 걸음으로 10분을 걸었을 뿐인데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자 혜원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래서 지방간 수치가 올라가는 거지…"
드디어 빨래방에 도착한 혜원은 세탁기를 돌리며, 잠시 소설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래, 내 이 고생을 주제로 유머 소설을 써야지. 제목은… '살을 빼는 빨래방 모험'?"
그때 세탁기에서 '삐익!' 하는 소리가 나더니, 화면에 이상한 메시지가 떴다.
"운동 부족으로 인한 지방 축적 탐지. 해결을 위해 세탁기를 이용하세요."
혜원은 눈을 찡그리며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세탁기로 지방을 빼라고? 이게 무슨…" 그녀가 놀라며 세탁기 문을 열자, 갑자기 빨래들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바람처럼 그녀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뭐야! 운동이 이렇게 진행되는 건가?" 혜원이 놀라 소리쳤다.
그 순간, 빨래방 문이 열리며 태오가 등장했다. 태오는 상황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혜원 씨, 지방을 빼는 새로운 방법이 이거였나요? 빨래로 공중 마사지?"
혜원은 화가 나면서도 태오의 말에 피식 웃었다. "이게 다 세탁기 때문이라니까요! 이 기계가 나한테 운동하라고 강요하고 있어요!"
문수도 우연히 빨래를 가지러 왔다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혜원 씨, 이건 신개념 운동법이에요! ‘빨래 털기 에어로빅’ 어때요? 음악만 있으면 완벽한데."
그때 집시 여자가 등장해 상황을 보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아, 이건 우주적 세탁 에너지의 작용이에요. 제가 돕겠어요." 그러면서 갑자기 빠른 비트의 음악을 틀더니 다 같이 '빨래 춤'을 추기 시작했다.
혜원은 처음에는 어이없어했지만, 곧 다 같이 웃으며 춤을 추는 자신을 발견했다. 세탁물 사이를 돌아다니며 엉겁결에 춤을 추는 모습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혜원은 느꼈다.
"이거… 효과 있겠는데?"
그날 이후 혜원은 일기를 쓸 때마다 자신이 코인 빨래방에서 했던 '빨래 운동'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녀는 정말로 살을 빼기 위해 세탁기와 친구들 덕분에 유쾌한 운동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그녀의 소설로 탄생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