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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이봉희 Nov 24. 2024

#유머 [ 아! 놔~ 쌀뻔했네!!! ]

#유머

[ 아! 놔~ 쌀뻔했네!!! ]



한적한 충청도의 한 버스 정류장. 시골길을 따라 시내로 나가는 버스 한 대가 멀리서 천천히 다가왔다. 평소처럼 점잖은 속도로 서서히 멈춘다. 그때, 급하게 뛰어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이고! 기사님, 좀만 기다려유!" 버스 문이 열리고, 숨을 헐떡이며 올라타는 사람. 이 사람, 오늘따라 유난히 얼굴이 심각하다.


"기사님, 얼른 가유. 시간 없어유."

"허허, 어디 그렇게 급하게 가유? 시내까지 천천히 가믄 돼유."


사실 이 사람, 볼일도 못 보고 나왔는데, '뭐 얼마나 걸리겄어?' 하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가 지금 엄청난 위기를 맞고 있었다. 목적지 한 정거장을 남기고 나니, 방광에서 긴급 신호가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출발하자마자 왠 급똥 같은 급뇨냐..."


그런데 하필, 내리는 문이 고장 난 것 아닌가! 버스는 한 정거장 전에 멈췄고, 기사님은 내리는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고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그야말로 느긋 그 자체였다. "저거여, 출발만 하면 참을 수 있겄는데..." 속으로 만 번은 소리를 질렀다.


기사님은 낡은 문을 보며 한마디. "이 차가 또 말을 안 듣네유. 어제부터 삐걱거리더니만..."

그 말을 들은 급한 사람, 속으로 외쳤다. "아니 그럼 어제 고쳤어야지! 내가 참다 터지면 어쩔겨유!!"


결국 참다못한 사람이 외쳤다.

"기사님, 제가 큰일 나겄슈. 지금 막 쌀 거 같으니 얼른 가주셔유!"


기사님은 손으로 문을 툭툭 두드리며 느긋한 말투로 대답했다.

"어제 타지 그랬슈~"

"좀만 묶어봐유. 문이 이제야 말을 듣네유. 고마 운전 시작하면 금방 도착할 테니께."


사람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몰려왔다. 차가 출발하자, 이제 '다 왔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아직 멀었구먼...' 싶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버스 문이 열리자, 허리를 굽힌 채로 옆 건물로 뛰어가는 급한 사람. 뒤에서 기사님이 태평하게 한마디 던졌다.

"조심히 뛰어가유~ 넘어지면 더 큰일 나유~"


급한 사람은 건물에 들어가 화장실로 직행,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 나왔다. 허리를 펴며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내가 평생 방광 관리 잘할게유."


그리고 한마디 더 덧붙였다.

"아! 놔~ 쌀 뻔했네!"


버스 안 사람들은 이 장면을 지켜보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충청도의 여유와 급한 사람의 간절함이 만들어낸 유쾌한 하루였다. 웃으면 복이 온다더니, 이건 건강까지 챙겨주는 웃음 아니겠슈?

글 : 뽕아

- 뽕아의 말말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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