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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 여행으로 가는 출석 ]

제16장-태초의 속삭임

by FortelinaAurea Lee레아

2025년 01월 01일 수요일


제16장: 태초의 속삭임

우주의 나무와 하나가 된 카이라와 선원들은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감각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순히 나무의 일부가 아니라, 새롭게 태어나는 우주의 일부가 된 것이었다. 그들의 의식은 빛과 에너지를 타고 퍼져나가며 새롭게 태동하는 별과 행성, 생명체의 탄생 과정을 생생히 느꼈다.

"이건… 믿을 수 없어." 리안이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보는 건 단순히 별이 아니야. 이건 생명 그 자체야."

"그래." 루미라가 깊은 감동 속에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제 우주의 심장에 있어. 모든 것이 여기서 시작되고, 모든 것이 여기서 끝나."

하지만 그 평화로운 순간도 오래가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나무의 뿌리 부분에서 어두운 파동이 일렁였다. 그것은 우주의 순환에 어긋나는 혼란스러운 에너지였다.

"이건 뭐지?" 아르카가 놀라며 외쳤다. "우주가 막 태어나고 있는데, 벌써 균열이 생긴 건가?"

카이라는 그 에너지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녀는 균열의 근원을 찾기 위해 자신의 의식을 나무 깊숙이 보내기 시작했다.


카이라는 빛과 어둠이 소용돌이치는 공간을 지나며 균열의 중심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믿기 힘든 광경을 마주했다. 나무의 뿌리 가까이에서 또 다른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존재는 마치 카이라와 닮았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는 어두운 빛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눈은 텅 빈 공허를 담고 있었다.

"너는 누구지?" 카이라가 물었다.

그 존재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너다. 그리고 네가 될 수 있었던 모든 가능성이기도 하지."

"그게 무슨 말이야?"

"씨앗이 너희를 시험한 것처럼, 나도 이 나무의 일부야. 하지만 나는 너희가 선택하지 않은 미래를 대표해. 네가 가진 빛과 의지의 반대편에 있는 어둠과 혼돈이지."

카이라는 숨을 삼켰다. "그렇다면 네 목적은 뭐야?"

"내 목적은 간단해." 어두운 카이라는 손을 들어 뿌리를 어루만졌다. "우주는 한쪽으로만 기울어선 안 돼. 빛과 어둠이 균형을 이루어야 해. 하지만 너희는 이 나무를 너무 밝은 빛으로 채우고 있어. 균형을 되찾아야 해."


그 순간, 나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에너지가 빛과 뒤섞이며 나무의 일부를 빠르게 오염시키고 있었다.

"이럴 순 없어!" 루미라가 외쳤다. "우리가 이 우주를 새롭게 시작하려 했는데, 이렇게 파괴되도록 둘 수는 없어!"

"하지만 그녀가 말한 것도 일리가 있어." 아르카가 침착하게 말했다. "우주엔 빛과 어둠이 모두 필요해. 우리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정한 균형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몰라."

카이라는 깊은 갈등 속에서 머리를 숙였다. 그녀는 나무와 하나가 된 자신의 의식을 통해 어둠과 빛의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

"너와 싸울 생각은 없어." 카이라가 어두운 자신에게 말했다. "우리는 같은 존재야. 그리고 우리 모두 이 우주에 필요해. 하지만 파괴는 답이 아니야. 우리가 함께 균형을 만들어야 해."


어두운 카이라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텅 빈 눈이 흔들리는 듯했다. "너희가 이 나무에 남아 우주의 균형을 유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내가 너희를 시험하겠다."

그 순간, 나무의 빛과 어둠이 격렬하게 충돌하기 시작했다. 선원들은 다시금 자신의 가장 깊은 두려움과 욕망을 마주하게 되었다.

리안은 자신의 가족을 구하지 못했던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지만, 이번엔 두려움을 넘어 용서와 화해의 길을 찾았다. 루미라는 몰락했던 문명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 아르카는 기술의 파괴적 힘을 보며 그 한계를 깨닫고, 그것을 새롭게 조율하는 방식을 배웠다.

그리고 카이라는 자신 안의 어둠과 빛을 마주하며 그것들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어둠 속의 자신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너도 나야. 그리고 나는 너야. 함께 이 우주를 만들어가자."


어두운 카이라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나무는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눈부신 빛을 발산했다. 그것은 우주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우린 해냈어." 카이라가 속삭였다.

나무는 더 이상 선원들을 붙잡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 새로운 우주의 수호자로 남아야 할지, 아니면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가야 할지 선택할 수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리안이 물었다.

카이라는 씨앗을 손에 들며 웃었다. "우주엔 새로운 시작이 필요했어. 그리고 이제… 우리도 새로운 길을 선택할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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