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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 여행으로 가는 출석 ]

제18장-첫 번째 균열

by FortelinaAurea Lee레아

2025년 1월 03일 금요일


제18장: 첫 번째 균열


루멘스호가 빛과 어둠의 경계를 지나 새로운 우주로 나아가던 순간, 선원들은 우주의 변화가 단순한 시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지나온 자리에서부터 미세한 균열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여기 무언가 이상해." 리안이 조종석에서 멈춰 서며 말했다. "좌표가 계속 흔들리고 있어. 무언가 우리를 추적하는 것 같아."


"추적?" 카이라가 그의 곁으로 다가가 화면을 살펴보았다. 모니터에는 균열에서 새어 나오는 에너지가 점차 확장되며 루멘스호의 뒤를 쫓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아르카는 걱정스럽게 분석 자료를 보며 말했다. "이건 씨앗이 깨운 에너지가 불안정해진 신호야. 우주의 균형이 잡힌 줄 알았는데…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뜻이야."



그 순간, 선원들 머릿속에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는 새로운 우주를 창조했다. 하지만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선 대가를 치러야 한다."


"누구지?" 카이라가 고개를 들어 외쳤다. "우리를 시험한 그 존재인가? 또 무슨 시험을 주려고 하는 거야?"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불길하게 이어졌다. "나는 너희가 창조한 균열 그 자체다. 너희의 선택이 완벽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증거다. 나를 억누르지 못한다면, 이 우주는 스스로를 집어삼키고 말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루미라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우리가 만든 새로운 우주가 스스로를 파괴한다고?"


"그건 우리가 씨앗을 깨우면서 얻게 된 책임일지도 몰라." 카이라는 차분히 말했다. "우리는 완벽한 답을 찾은 게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을 뿐이니까."



목소리는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을 파고들며 더욱 강렬해졌다. "너희가 이 균열을 잠재우고 싶다면, 너희 자신이 그 균열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너희의 신념, 두려움, 그리고 희망까지 모두 나에게 내맡겨야 한다."


"우리가 모두를 희생해야 한다는 거야?" 리안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러나 카이라는 그의 말을 막았다. "아니, 우릴 희생시키겠다는 게 아니야. 균열은 우리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려고 하는 거야. 우리가 진정으로 균형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려는 거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루미라가 물었다.


카이라는 결단을 내리듯 말했다.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해. 우리 모두의 신념과 의지를 하나로 합쳐서 균열을 잠재울 방법을 찾아야 해."



씨앗은 점차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루멘스호 내부를 감싸며 선원들 각자의 내면을 투영했다.


카이라는 자신이 두려워했던 미래를 다시 마주했다. 그녀가 원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완전히 이루어지기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다는 잔혹한 진실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리안은 과거 자신이 구하지 못한 가족의 그림자 속에서 여전히 죄책감을 느꼈다. 그는 결국 자신을 용서하며,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선택했다.


루미라는 자신의 문명을 되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대신, 그녀는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갈 가능성을 보았다.


아르카는 기술이 모든 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과 기술은 서로 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존재라는 점을 받아들였다.


씨앗은 이들의 결단을 반영하며 빛과 어둠의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 에너지는 루멘스호를 감싸고, 균열 속으로 흘러들어 갔다.



균열은 점차 수축하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주의 틈새가 봉합되며 빛과 어둠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우리가 해낸 건가?" 리안이 조용히 물었다.


카이라는 씨앗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우리가 선택한 균형이 우주에 받아들여진 거야. 하지만 끝난 게 아니야. 이건 새로운 시작일 뿐이야."


루멘스호는 다시 항로를 설정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그들은 씨앗의 진정한 목적, 그리고 그 씨앗이 우주 속에 남긴 흔적들을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우주는 여전히 광활했고, 그 안엔 무수한 가능성과 미지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루멘스호의 선원들은 이제 그 어떤 시험도 견뎌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이 발견할 새로운 우주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선택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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