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태초에 천지는 하나였으나, 음양이 갈라지며 60 간지의 순환이 시작되었다. 하늘을 관장하는 십간(十干)과 땅을 다스리는 지지(地支)가 맞물려 운명이 결정되었고, 그 법칙을 거스를 자는 없었다. 그러나 예로부터 내려오는 예언이 하나 있었으니, 봉황의 깃털을 가진 자가 나타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 천지의 이치와 봉황의 깃털 천지의 질서를 다스리는 다섯 제국이 있었으니, 동방의 청룡국(靑龍國), 남방의 주작국(朱雀國), 서방의 백호국(白虎國), 북방의 현무국(玄武國), 그리고 중원의 황룡국(黃龍國)이 그것이다. 이들은 각기 띠(十二支)의 특성을 지닌 혈통을 이어왔으며, 무림의 강호들도 그들과 함께 운명을 공유하고 있었다.
천지봉황제가 세상을 떠난 지 180년, 봉황의 기운이 다시금 강림한다는 예언이 내려졌다. 이를 차지하려는 세력과 그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 길을 개척하려는 자들이 뒤섞여 무림은 격동에 휩싸인다.
- 태어난 운명과 거스를 운명 황룡국의 황태자 강휘(姜輝)는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는 자였다. 그는 하늘이 정한 길을 따르기보다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몸에는 봉황의 깃털이 새겨진 문양이 태어날 때부터 존재했으며, 그것이 그의 삶을 결정지으려 하고 있었다.
한편, 청룡국의 무신 가문 출신인 청운(靑雲)은 강휘와 정반대였다. 그는 정해진 운명을 순응하며 그것을 지키고자 했다. 그의 목표는 봉황의 기운이 어그러지지 않도록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봉황의 기운을 차지하려는 어둠의 세력 또한 존재했다. 백호국의 냉혈한 검객 백야(白夜), 주작국의 불의 마도사 염화(炎華), 현무국의 그림자 자객 흑랑(黑狼).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봉황의 기운을 쫓으며 세계를 뒤흔든다.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휘는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청운은 과연 세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봉황의 예언은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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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봉황제] - 간(맛) 보기
금성의 궁정 회의가 끝난 뒤, 황태자 이현은 깊은 사색에 잠겼다. 금성의 장로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강휘를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현의 마음은 복잡했다. 강휘는 단순한 호적수가 아니었다. 그의 행보는 때로 거칠었지만, 그 속에 담긴 신념과 강직함이 이현에게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그날 밤, 황궁의 연회장에서 열리는 연회에 참석한 이현은 황제와 대신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강휘를 언급했다.
"강휘 장군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의 군세가 점차 강해지고 있으며, 우리 금성과의 관계도 변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를 대적할 것이 아니라, 먼저 대화와 협력의 길을 찾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장로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나 황제는 이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황태자의 뜻을 알겠다. 그러나 강휘가 진정 우리와 협력할 의사가 있는지, 아니면 우리를 기만하는 것인지 확실히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이현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한편, 강휘는 황궁의 동향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이 점점 심해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강휘는 한밤중에 충성스러운 부하인 진무와 비밀 회담을 가졌다.
"금성이 우리를 경계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힘을 키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을 피하려면 우리가 먼저 신뢰를 얻어야 한다."
진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나 그들이 먼저 공격해 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휘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렇다면 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무모한 충돌은 원치 않는다. 그들과의 관계를 조율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차가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금성과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었고, 그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강휘와 이현, 그리고 그들 각각의 세력은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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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은 강휘의 태도에서 단순한 거만함이 아니라 확신을 읽었다. 마치 자신이 옳다는 신념이 뼛속까지 새겨진 듯한 태도였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천지봉황제의 도는 단순한 힘의 법칙이 아니라 우주의 균형을 유지하는 원리다. 강휘는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너의 검술이 단순한 무력이 아니라 천지의 이치를 담고 있다는 뜻이냐?" 이현이 물었다.
강휘는 미소를 지으며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바람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났고, 주변의 나뭇잎들이 떨렸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힘이 아니다." 강휘가 말했다. "하늘과 땅이 만나듯, 내 검은 모든 것과 연결된다. 그것이 내가 깨달은 도(道)다."
이현은 강휘의 검을 바라보며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인정할 수는 없었다. 천지봉황제의 도를 따르는 자는 많았다. 그러나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자는 적었다.
"네가 말하는 도가 진정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착각인지 시험해 봐야겠군." 이현은 검을 뽑았다. 두 사람의 기운이 맞부딪쳤다. 바람이 멈추고,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제 두 강자가 맞붙을 시간이었다.
하늘 위에서는 흰 구름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마치 천지도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