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을진인의 귀환
태을진인의 귀환
밤하늘은 검은 비단처럼 짙게 깔렸고,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 흐릿했다.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며 속삭이는 소리가 불길하게 들렸다. 숲의 적막을 깨트린 것은 단청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차가운 기운이었다.
흑혈문의 자객들이 일렬로 나타났다.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그들은 마치 그림자처럼 숲과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앞장선 이는 흑혈문의 사천(黑狼) — 그 이름만으로도 무림에선 공포의 상징이었다. 그의 발걸음은 느릿했지만, 그가 내뿜는 살기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단청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태을진인, 네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무림이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오늘 밤, 이 숲에서 너의 귀환도 끝나게 될 것이다."
사천의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 검은 늑대라 불리는 사내답게, 그의 말에는 냉혹함과 오만함이 섞여 있었다. 그의 눈은 단청을 꿰뚫듯 바라보았다.
단청은 묵묵히 검을 뽑았다. 청아한 검명(劍鳴)이 어둠 속에서 울렸다. 검끝에서 번뜩이는 섬광이 사천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자, 그조차도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사천, 네놈은 여전히 남의 목숨을 값없이 사냥하는구나. 흑혈문은 언제까지 이처럼 어둠 속에서만 숨죽이고 살 셈이냐?"
사천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웃었다.
"강한 자가 지배하는 법이다, 태을진인. 너도 그걸 모른다고 할 순 없겠지. 네놈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천은 번개처럼 검을 휘둘렀다. 검광(劍光)이 공기를 갈랐고, 단청은 몸을 뒤틀어 그 예리한 칼날을 피했다. 두 검이 맞부딪치며 울린 쇳소리가 밤공기를 찢었다.
단청의 검은 강직 하면서도 유연했다. 그는 단 한 번의 검격에 적의 허점을 꿰뚫었다. 사천의 검이 반원을 그리며 되돌아오자, 단청은 살짝 뒤로 물러서며 검 끝을 사천의 손목에 겨눴다.
"네놈 뒤에 누가 있는 것이냐? 흑혈문은 단순한 자객 집단이 아니다. 이 일을 조종하는 자가 누구인지 말하라."
사천은 비웃듯 짧게 웃었다.
"그걸 알 필요는 없지 않나? 넌 오늘 밤 여기서 죽을 테니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천은 검을 비틀며 단청의 옆구리를 향해 강하게 찔러 들어왔다. 그러나 단청은 이미 그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그는 날렵하게 몸을 비틀어 검을 막아냈다. 두 검이 부딪치며 튀어 오른 불꽃이 어둠 속에서 일순간 빛났다.
그러나 그때였다.
갑작스럽게 등 뒤에서 날아드는 암기의 소리. 바람을 찢는 섬뜩한 날카로움. 단청은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고, 검은 비수가 그의 귀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역시 방심할 틈도 없군."
뒤를 돌아보니, 또 다른 흑혈문의 고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사천보다 키가 크고, 두 눈은 칼날처럼 서늘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자객이었다.
"태을진인, 우리 흑혈문은 너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이 밤을 준비했다. 네가 여전히 강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또한 그만큼의 준비를 했지."
이제 단청은 두 명의 고수와 수십 명의 자객들에게 둘러싸인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검끝은 흔들림이 없었다.
"좋다. 나 역시, 오늘 밤 흑혈문의 심장을 겨누겠다."
말과 함께 단청은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밤은 여전히 깊고, 숲은 여전히 어둡지만, 그 속에서 번뜩이는 검기는 마치 찢어진 별빛처럼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