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무괴의 일격
천무괴의 일격
단청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흑혈문도 강적이지만, 천무괴(天武怪)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한때 그는 무림에서조차 그 존재가 사실인지 의심받던 자였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살기와 신출귀몰한 무공, 그리고 끝없는 피바람을 몰고 다니는 존재. 단청이 기억하는 천무괴는 ‘절대 상대해서는 안 될 자’였다.
그런 그가 여기, 흑혈문과 함께 있다.
“설마 흑혈문이 네 수하였단 말인가?”
천무괴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서늘하면서도 깊은 어둠을 머금고 있었다. 어둠 자체가 그의 본질인 것 같았다.
“수하? 아니다. 흑혈문 따위는 그저 장기판의 말에 불과하다. 내게 중요한 건... 네 목숨이지.”
그 순간, 바람이 바뀌었다.
슉!
천무괴의 손짓과 동시에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살기가 퍼졌다. 단청은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고, 그가 있던 자리로 보이지 않는 검기가 스쳐 지나갔다. 땅바닥이 가늘게 갈라지며 검기의 흔적을 남겼다.
그것은 단순한 기습이 아니었다.
천무괴의 무공은 공간을 흔들었다.
그는 검을 휘두른 것이 아니라, 검이 그를 휘둘렀다.
“이건... 형상의 검(形象之劍)인가?”
단청의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배어 있었다. 형상의 검, 실체 없이 기로 형상화된 검기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상대를 공격하는 기법이었다. 무림에서도 극히 드문 절정고수만이 다룰 수 있는 영역. 실체가 없기에 막을 수도 없고, 반격조차 불가능한 무공.
천무괴가 다시 손끝을 움직이자, 공중에 떠 있던 보이지 않는 칼날들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사냥감을 조준하는 맹수의 눈빛처럼.
“너는 무림을 떠났어야 했다, 태을진인.”
단청은 천천히 검을 고쳐 잡았다. 그의 호흡은 고르고 안정적이었지만, 등 뒤로 흐르는 한 줄기 땀방울이 긴장감을 대변했다.
“너희가 그토록 갈망하는 것은 내 목숨인가?”
그의 물음에 사천이 냉소적으로 웃었다.
“태을진인, 이제 깨닫겠지. 이 싸움은 이미 네게 승산이 없어.”
사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무괴의 검기가 단청을 향해 쏟아졌다. 수십 개의 보이지 않는 칼날이 사방에서 단청을 에워쌌고, 바람이 칼날에 베이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퍼졌다.
하지만 단청은 흔들리지 않았다.
순간, 그의 발 밑에서 푸른 기운이 피어올랐다. 검집 속에 잠들어 있던 단청의 내공이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그의 검 끝이 미세하게 떨렸고, 공기를 타고 파동이 일었다.
“승산이 없다고? 그건 해봐야 아는 일이다.”
천무괴의 검기와 단청의 내공이 서로 맞부딪쳤다. 빛이 튀고, 어둠이 흔들렸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사투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