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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봉황제 ]

운명의 서곡

by FortelinaAurea Lee레아

천지봉황제


깊고 어두운 산맥 속, 전설로만 전해지는 신비로운 계곡이 있었다. 이곳에는 오랜 세월 동안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고수들이 은거하며 세상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었다. 계곡의 이름은 ‘천지곡(天地谷)’, 하늘과 땅의 이치를 품고 있다는 뜻을 가진 곳이었다.


운명의 서곡


달빛이 희미하게 드리우는 밤, 한 젊은 남자가 천지곡의 입구에 서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밤하늘을 담은 듯 깊고도 맑았으며, 얼굴에는 굳은 결의가 서려 있었다. 그는 바로 강호에 떠도는 미지의 존재, ‘백운객(白雲客)’이었다. 그의 출생은 불분명하나, 그가 어디를 가든 폭풍이 몰아쳤다.


천지곡의 문지기 노인은 그를 보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오셨군요. 운명이 그대를 이끄는군요.”


백운객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천지곡의 문을 두드리는 자는 많았으나, 문을 연 자는 없었다 들었습니다. 저에게 그 문을 열어줄 수 있겠습니까?”


노인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 이윽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천지곡은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자 하는 자를 위해 존재하지만, 그대가 찾는 것은 단순한 깨달음이 아니지요. 세상을 뒤흔들고자 하는 자에게 천지곡은 문을 열지 않습니다.”


백운객은 가만히 허리춤에 찬 검을 쥐었다. 그의 검은 아직 칼집에 있었지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기운이 일렁였다.


“제가 찾는 것은 진실입니다. 이 세상의 질서가 과연 옳은 것인지, 그리고 그 질서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 제 운명인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노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천지곡의 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들어오십시오. 하지만 이곳에 들어선 이상, 다시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백운객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천지곡의 문이 그를 맞이하며 서서히 열렸다.


그 순간, 운명의 바람이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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