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황과 그림자의 운명
숲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단청의 가슴속에는 거대한 파문이 일었다.
봉황의 불꽃이 반응했다는 것은,
저 남자의 말이 완전히 거짓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백랑은 그녀의 어깨를 짚었다.
"단청, 괜찮아?"
단청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눈앞에 아른거리는 봉황의 형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봉황의 그림자… 대체 그게 무슨 뜻일까?"
그녀의 속삭임에 백랑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도 몰랐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방금 전의 남자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백랑은 검을 다시 칼집에 넣으며 말했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그 남자는 우리를 시험하려 했어.
그렇다면 다음에는 진짜 싸움이 될 수도 있어."
단청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발을 옮겼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계속해서 질문이 맴돌았다.
'내가 알고 있는 봉황의 힘이 전부가 아닐지도 몰라…'
그녀가 지금까지 쌓아온 신념,
그리고 스승에게 배운 것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같은 시각, 칠야문의 은신처
깊은 산중,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어둠의 계곡.
그곳에 그림자처럼 웅크린 존재들이 있었다.
칠야문의 남자,
그림자의 사도(使徒)라 불리는 그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검은 망토를 두른 노인이었다.
그 노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봉황의 아이가 깨어나고 있나?"
사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문주.
하지만 그녀는 아직 진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노인은 고요히 눈을 감았다.
"곧 알게 되겠지.
그 아이가 봉황의 후예인 동시에,
우리와도 깊이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사도는 묻고 싶었다.
그러나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 순간,
노인의 손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봉황의 빛과 그림자는 한 몸과 같으니라.
빛이 강해질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리라."
사도는 그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단청은 언젠가…"
노인은 미소 지었다.
"그래, 그녀는 결국 어둠을 마주할 것이다.
그리고 선택해야겠지.
그림자를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그림자를 부정하느냐."
그 말은, 단순한 운명의 예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봉황의 아이가 반드시 맞이할 시험이었다.
- 운명의 예언
다음 날 아침, 단청과 백랑은 산을 내려왔다.
그들의 목적지는 '천라성(天羅城)'이었다.
천라성은 오래된 성채였다.
그러나 그곳에는 무림의 중심 인물들이 모여 있었고,
단청의 스승 또한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단청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스승, ‘현운도인(玄雲道人)’을 찾아가야 했다.
그는 봉황의 비밀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녀에게 주어진 운명을 설명해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천라성에 가까워질수록,
단청의 가슴속 불안감은 점점 더 커졌다.
'무언가… 기다리고 있어.'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은 단순한 답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그녀가 도망칠 수 없는 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라성, 현운도인의 거처
도인은 단청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오래된 죽간(竹簡)이 펼쳐져 있었다.
그 죽간에는 오래된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봉황의 아이는
빛과 어둠의 시험을 거쳐야 하리라.
그림자는 결코 빛을 배반하지 않으며,
빛 또한 그림자를 완전히 지울 수 없으니.
둘은 결국 하나로 돌아가리라."
도인은 그 문장을 천천히 읊조렸다.
그리고 문득,
그의 눈앞에 떠오른 것은
불길한 예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