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황의 그림자
밤하늘은 검고 깊었다.
그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불꽃이 춤을 추듯 피어올랐다.
단청의 손끝에서 타오르는 봉황의 불꽃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 불길 아래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백랑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오랜 세월 함께한 벗이었지만,
지금의 단청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낯설었다.
"이 불꽃… 원래 이런 느낌이었어?"
그의 물음에 단청은 조용히 불꽃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푸른빛과 붉은빛이 교차했다.
"아니.
이건 단순한 봉황의 힘이 아니야."
그 순간, 숲의 어둠이 일렁였다.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낮은 웃음소리가 어둠을 가르고 퍼졌다.
"역시, 봉황의 선택을 받은 자는 다르군."
단청과 백랑은 동시에 검을 빼어 들었다.
그녀의 앞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망토를 걸친 남자는 한 손을 허리에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 공중을 가볍게 쓸었다.
그 움직임에 따라 그림자가 일렁이며 모양을 바꾸었다.
그 그림자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웅크렸다가 몸을 길게 늘였다.
백랑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림자 술법… 설마,
칠야문(七夜門)의 잔당인가?"
남자는 느긋한 미소를 지었다.
"칠야문의 잔당?
그렇게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군.
하지만 나는 단순한 잔당이 아니다.
나는… 봉황의 그림자다."
그의 말에 단청의 눈빛이 흔들렸다.
"봉황의… 그림자?"
남자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그림자가 퍼져 나갔다.
"봉황이 빛이라면,
그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도 존재하는 법.
모든 강한 빛에는 반드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법이지."
그 순간, 단청의 손끝에서 불꽃이 요동쳤다.
봉황의 불꽃이 반응하고 있었다.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자, 봉황의 선택을 받은 자여.
네가 가진 그 불꽃이 진정한 빛인지,
아니면 단순한 또 하나의 그림자인지 시험해 보지 않겠느냐?"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나는 봉황의 그림자,
그리고 네 운명의 시험자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림자가 파도처럼 덮쳐왔다.
- 그림자의 시험
단청은 순간적으로 몸을 날렸다.
그림자가 발을 감싸기 전에 그녀는 허공을 밟고 솟구쳤다.
그러나 남자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도망치는 것이냐?"
그의 말과 함께, 그림자가 상공으로 튀어 올랐다.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단청을 감싸려 했다.
"봉황의 불꽃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림자는 빛을 따라다니는 법이지."
그 순간, 단청의 손끝에서 불꽃이 더욱 격렬하게 타올랐다.
그녀는 검을 휘둘러 불꽃을 퍼뜨렸다.
"그렇다면,
그림자를 남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 빛을 내면 되겠지!"
순간, 불꽃이 폭발하며 그림자를 삼켜 버렸다.
그러나 남자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흥미롭군.
과연, 네가 진짜 봉황의 길을 걷게 될지…"
그는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그러나 단청은 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님을 직감했다.
이 싸움은 단순한 시작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다시 한번,
봉황의 형상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전과 달랐다.
그 봉황의 모습은…
어딘가 어두운 기운이 스며들어 있었다.
단청은 긴 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녀는 또 다른 진실을 마주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