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175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175장 — 기억의 심연, 영겁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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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조용해졌어.”

세란은 하늘의 나무 아래에 무릎 꿇은 채 속삭였다.
뼈였던 하늘이 고요히 잎을 흔들었고, 그 속에서 태양도 달도 울고 있었다.

레미우스는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끝난 게 아냐. 그 자, 우리 아버지… 사라지지 않았어. 단지 다른 기억 속으로 도망쳤을 뿐이야.”

“기억 속으로…? 우리가 접근하지 못하는 심층 기억 말이지. 오랜 고통, 잊고 싶던 장면들…”

“그래. 그곳이 진짜 전쟁터야.”


하늘의 나무가 뿌리를 내린 땅은, 본래 **‘기억의 심연(Deep Mnemosyne)’**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모든 의식의 근원, 모든 종족의 시작과 끝이 저장된 심층 무의식의 결정체.
그곳에 닿기 위해선, 살아 있는 자가 죽음을 통과해야만 했다.

“우리가 가야 해.”
세란이 말했다.

“이성이 아니라 영혼이 기억하는 그곳으로.”


하늘의 나무 중심부에 도달하자, 거대한 수정의 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 위에는 글자가 없었다.
대신, 세란과 레미우스의 심장이 동시에 쿵하고 울리자, 그 파동이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둘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이건… 내가 태어나기 전의 세상이야.”

세란이 중얼였다.
무한한 별들과, 창백한 빛을 머금은 고대의 도시,
시간 이전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레미우스가 숨을 삼켰다.
“우린 지금, 의식 이전의 기억… 생명이 처음 만들어졌던 ‘하늘의 뼈’ 내부로 들어온 거야.”

“하늘의 뼈는 단순한 유물도, 상징도 아니야.”
세란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이건 ‘우리가 존재하게 만든 기억의 거푸집’이야.”


그들이 걷자, 땅이 반응했다.
과거의 존재들이 그들의 발걸음을 인식했고, 그림자처럼 일어났다.

“세란…”
갑자기 그녀 앞에 한 존재가 무릎 꿇었다.
“넌 나의 파편이자, 나의 후계자. 너는 나였다.”

“당신은…?”

“나는 태초의 세란.
네가 지금 이름 붙인 ‘하늘의 뼈’를 만든 자.
기억을 봉인한 최초의 존재.”

세란은 입을 닫지 못했다.
그녀가 살아오며 경험한 고통, 환희, 상실…
그 모든 감정의 뿌리가 이 존재에게 닿아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끔찍한 기억을 만든 거예요?”

“모든 생명은 기억에서 만들어지고,
기억은 ‘잊혀짐’ 없이는 형태를 갖추지 못한다.
고통조차도 기억의 구조야.”

레미우스가 낮게 웃었다.
“그래서 당신은 우리를 여기에 끌어들인 거군요.
잊어야 살 수 있는 이 세계에,
우리를 기억하게 만들기 위해.”

“기억을 받아들인 자만이, 진짜 삶을 창조할 수 있으니까.”


그 순간, 땅이 갈라졌고
하늘의 뼈 속에서 거대한 날개를 가진 존재가 솟아올랐다.

“하나 더 남았어.”
태초의 세란이 경고했다.
“하늘의 뼈는 두 개였다. 하나는 너희,
그리고 다른 하나는 너희가 잊은 또 다른 ‘세상’의 기억이야.
그곳에서 오는 ‘적’이 지금 깨어난다.”

“적이라고…?”

“아니,
너희와 같은 존재.
다만, 기억을 부정한 이들.
‘공허의 씨앗’이라 불리는 자들이다.”


세란과 레미우스는 준비되었다.
기억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자들로,
하늘의 뼈를 잇는 두 번째 존재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었다.

기억은 세계를 만든다.
그리고 이제, 그 기억을 지킬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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