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8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178장 — 기억의 전쟁, 그리고 피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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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란의 손에서 터져 나온 ‘기억의 눈물’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그건 세계의 옛 기억이었다.
하늘이 태어날 때,
바람이 처음 숨을 쉬었을 때,
그리고 별이 피를 흘리며 꺼져갈 때의 이야기였다.
그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펼쳐졌다.
켄슈이도 순간 움찔했다.
그의 눈에 피어오른 기억들은
잊었다고 믿었던 과거였다.
“이건… 아니야.
왜… 나르세이아가…!”
공간이 갈라졌다.
제로운과 현실 세계가 잠시 겹쳐졌고,
그 틈으로 전설 속 존재들-
별의 수호자, 안개 속의 파수꾼들,
그리고 폐허의 늑대들-이 깨어났다.
“도망쳐!”
레미우스가 외쳤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켄슈이의 도끼가 허공을 가르며
제로운의 틈을 찢었고,
그 안에서 검은 태양이 솟아올랐다.
검은 태양 아래,
세란의 의식은
또 다른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처음 울던 순간이었다.
“왜 울고 있니?”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이었다.
세란보다 어려 보이는,
하지만 눈빛은 오래된 별 같던 존재.
“나는 ‘루엔’이야.
너의 첫 번째 파편이지.”
세란이 물었다.
“파편?”
루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세 번 부서졌고,
그 조각들이 다른 생명이 되어
세계의 어둠과 싸워왔어.”
“그럼 나는… 누구죠?”
루엔은 손을 내밀며 대답했다.
“너는 ‘기억을 잇는 자’.
하늘의 뼈를 이어 붙이는 유일한 생명.”
그 순간, 세란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자신이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
기억의 흐름 속에서,
‘하늘의 뼈’는 신체적 구조가 아니라
존재의 코드였다는 것.
그리고 그 코드를 조정할 수 있는 건
자신 뿐이라는 것.
현실로 돌아온 세란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녀는 한 손으로
‘기억의 눈물’을 높이 들고
켄슈이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알겠어.
왜 내가 선택된 건지.”
켄슈이가 낮게 웃었다.
“그럼, 나를 이겨내 보아라.”
그의 도끼가 빛을 찢었고,
세란의 날개가 하늘을 가르며 솟구쳤다.
둘 사이의 첫 전투가 시작되었다.
주변의 공간은 왜곡되고,
별빛이 번개처럼 휘몰아쳤다.
세란은 내면의 분열된 기억,
루엔의 말, 나르세이아의 예언,
그리고 레미우스의 침묵까지
모두 품은 채
공허의 씨앗과 맞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