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Bones(하늘의 뼈)]

제194장

by FortelinaAurea Lee레아

[Sky Bones(하늘의 뼈)]



제194장: 기억의 봉인, 망각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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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네게 죄다. 그러니 지워버려.”
니할의 목소리는 천둥 뒤에 숨은 속삭임처럼 낮고도 강렬했다.

세란은 검은 유리조각 같은 폐허 위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앞엔 과거의 파편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잿빛 유년의 거리, 이름을 잃은 어머니, 연구소의 차가운 메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늘의 뼈에 둘러싸인 무명성.

“넌 네가 누구인지 알아?”
니할은 망각의 검을 꺼냈다. 그것은 금속이 아닌, 공허로 빚어진 무(無)의 검. 그것에 베이면 감정도, 존재도, 기억도 증발했다.

세란은 심장이 움켜잡히는 기분이었다. 과거가 그녀를 부르짖고 있었고, 미래는 침묵했다.
“기억은 나의 증명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의 잔해.”
“그 잔해가 널 약하게 만들어.”

니할이 다가온다. 시간조차 왜곡되는 걸음. 공허의 씨앗이 주변 공간을 갉아먹으며 현실을 일그러뜨린다.
세란은 손을 들어 하늘의 뼈를 불렀다. 그녀의 척추를 따라 각인된 빛의 문양들이 하나둘 깨어나며, 가느다란 줄기처럼 허공에 새겨졌다.

“너는 결국 ‘하늘의 뼈’의 유산이다.” 니할의 음성이 깔깔거렸다. “그건 창조가 아니라 폐기물을 기억하는 기계야. 신의 실패작.”

세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렇다면… 나는 실패의 증거인가?”

그러나 바로 그때—
허공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 “네가 기억하는 모든 건, 네가 사랑한 증거다. 버리지 마라.”



잊고 있던 존재, 라카이.
세란의 꿈에서만 속삭이던 반딧불 같은 존재. 고대 우주 언어를 알고 있는 그이자, 세란의 마지막 연결선.

라카이의 목소리에 이끌리듯, 세란은 자신의 내면으로 뛰어들었다.
거기엔 흑백의 세계가 있었다. 망각의 바다 위에 부서진 시간들, 피로 얼룩진 공허의 화석, 그리고 중심에는 — 고요한 빛 하나.

그것은 하늘의 뼈의 본질.
세란은 깨달았다.

‘이건 파괴의 무기가 아니라, 기억의 저장고야. 생명의 모든 파장을 복제하고, 간직하고, 이어가는—신의 마지막 흔적.’

니할은 달려들었다.
망각의 검이 세란의 목덜미를 노렸다.

“다 지워버리겠어! 너도, 저 목소리도, 하늘의 뼈도!”

그러나 세란은 손을 뻗어 빛의 결을 가동시켰다.
그녀의 등뼈에서 찬란한 유전 격자들이 뿜어져 나오며, 니할의 검을 흡수했다.
기억과 망각이 격돌했다.
빛과 어둠이 수천 년의 진동 속에서 교차했다.

그리고—
폭발.

어둠이 걷히자, 세란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흘렀다.
니할은 바닥에 쓰러진 채, 과거의 조각들에 휩싸여 고요히 잠들고 있었다.

세란은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의 뒤에선 하늘의 뼈가 부유하며, 은하의 패턴을 그렸다.
그건 더 이상 무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록자였고, 증인이었고, 새로운 창조의 문이었다.

그녀는 이제 알았다.
세상이 파괴된 건 망각 때문이 아니라, 기억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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