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207장: 하늘의 뼈, 부서진 별들의 회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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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파편이었다.
빛도, 시간도, 세란의 기억조차도.
세란은 한참 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깨어났다.
그녀의 입가에선 피가 마른 자국처럼 고요함이 흐르고 있었고, 손끝은 무언가를 더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 딱딱한 표면,
뼈처럼 단단하고,
별처럼 차가운 것을 만졌다.
“이건...”
그것은 말 그대로였다.
하늘의 뼈.
그것은 단순한 유물도, 무기도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 그 자체였다.
별들이 죽으면서 남긴 지식, 감정, 울음, 질문.
그리고 존재들이 그토록 회피했던 진실.
“세란아, 들리니?”
낯익은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에녹이었다.
그는 지금 이 장소에 있을 리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분명, 그녀의 내면과 공명하고 있었다.
“에녹...? 여긴 어디야?”
“여긴 네가 가장 원하지 않던 장소이자, 반드시 와야만 하는 곳.
여기는… 네 안의 별들이 무너진 자리야.”
세란은 숨을 삼켰다.
주변은 차가운 백골의 무덤 같았다.
모두 ‘하늘의 뼈’였다.
죽은 별들의 뼛조각이 쌓인 공간.
“나는... 왜 여기 왔지?”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
“네가 선택했기 때문이야,”
에녹의 목소리는 갈수록 희미해졌다.
“네가 ‘모든 것을 기억하겠다’고 했잖아.
그 선택이 너를 여기로 데려왔어.
여기는 진실의 핵심.
하지만 조심해.
너의 진짜 적은 공허가 아니라,
너 자신일지도 모르니까.”
그 순간, 무언가 움직였다.
공간이 꿈틀거렸다.
하늘의 뼈 사이로 검은 형상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그것은 ‘공허의 씨앗’이 잉태한 존재.
이름 없는 존재.
그러나 세란은 본능적으로 그 존재가 자신의 두려움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너... 누구야?”
그녀가 물었다.
그러자 형상은 대답했다.
“나는 네가 지워버린 기억,
너의 뿌리,
너의 죄책감,
너의 의심이야.”
세란은 등을 똑바로 세우며 말했다.
“나는 내 안의 어둠과도 싸울 수 있어.
내가 기억을 되찾는다면, 널 이해하고 이겨낼 수 있어.”
그 존재는 낄낄 웃었다.
“그럼… 너의 첫 번째 기억부터 다시 시작해 볼까?
네가 왜 ‘별의 혼’을 차단했는지.
왜 너는 누구보다 자연을 사랑하면서, 기계를 받아들였는지.
왜, 에녹을... 죽게 했는지.”
순간,
하늘의 뼈 하나가 갈라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별빛 같은 장면이 흘러나왔다.
세란이 봉인했던 기억.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창,
그 창끝이 겨누고 있던 에녹의 심장.
그리고 울고 있던 그녀 자신.
세란은 입을 막았다.
“아니야… 그건… 내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었어...!”
그러나 진실은 감정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선택해야 했다.
과거를 부정하며 살 것인가,
혹은 상처 난 기억들을 품고서 다시 설 것인가.
그때, 그녀의 등에 따스한 무언가가 닿았다.
엠마였다.
기계와 나무가 융합된 모습으로, 그로브를 등진 채 나타난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세란, 진실은 무섭지만,
우리는 진실과 함께 걸을 수 있어.”
“...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너는 할 수 있어.
왜냐면, 너는 지금 하늘의 뼈를 손에 쥔 유일한 존재니까.”
세란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을 때,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별들의 무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빛은 어둠 속에서 부서지지 않았다.
단지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