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8장
[Sky Bones(하늘의 뼈)]
제268장 — 기억을 지운 세계, 심장 없는 설계자, 그리고 하늘을 다시 만드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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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세란은 별의 맥박을 들었다.
그것은 신호도, 말도 아닌
존재의 리듬이었다.
그녀는 이제 안다.
기억은 과거가 아니라
의지의 반복이라는 걸.
세란은 ‘심장의 불꽃’을 손에 쥔 채
방주의 중심, 공허와 기억이 맞닿는 중첩점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하나의 _방_이었다.
어떤 언어도 통하지 않고,
모든 형체가 무의식의 반응처럼 융합되는 공간.
그리고 그 방 한가운데,
심장 없는 설계자가 앉아 있었다.
>“넌… 날 알고 있지.”<
그 존재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천둥도 아니고,
속삭임도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 자체가 만들어내는 진동이었다.
세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불꽃을 들었다.
“당신은 기억을 지웠죠.”
그녀가 말했다.
“왜죠?”
설계자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없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과거의 모든 역사가 담겨 있었다.
>“기억은 저주다.”<
그가 말했다.
>“모든 생명은 자신의 창조자를 미워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나는 나를 잊도록 세계를 설계했다.”<
“하지만 그 세계는 부서졌어요.”
세란이 말했다.
“당신이 스스로를 지운 순간,
남겨진 자들이 방향을 잃었어요.
우린 싸워야만 했고,
서로를 기억하지 못한 채 죽어야 했어요.”
설계자는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가
작게 속삭였다.
>“그래서 널 남겼다.”<
세란의 눈이 흔들렸다.
“... 무슨 뜻이죠?”
>“너는 내가 지우지 않은 단 하나의 기억이야.
너는 하늘의 뼈가 아니라,
하늘의 씨앗이었지.
그리고 이젠 너 스스로 하늘을 다시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되었구나.”<
그 순간, 방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기억의 중첩이 무너지며
수천 개의 세계가 충돌하고 있었다.
세란은 불꽃을 들었다.
그리고
그 불꽃을 심장 없는 설계자에게 넘겼다.
“이건… 나만의 우주를 만드는 불꽃이 아니에요.
당신이 지운 모든 생명을
다시 기억하게 만드는 불꽃이에요.”
설계자는 마지막으로 웃었다.
그 웃음은 고통과
슬픔과
희망이 섞인 창조자의 마지막 표정이었다.
불꽃이 터졌다.
그 순간,
은하 전체가 멈췄다.
그리고 다시 시작됐다.
그러나 모든 건 달라져 있었다.
별은 기억하고 있었고,
생명은 서로를 알아보았으며,
하늘의 뼈는 더 이상 무너진 잔해가 아니었다.
그건
다시 태어난 하늘의 설계도였다.
세란은 눈을 떴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인간도, 전사도 아니었다.
그녀는
_하늘을 심은 자_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