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날에....

35. 디카시 & 에세이

by 조규옥


벚꽃.jpg


꽃이 되고 싶었다.

봄바람 속에다

까르르.....

웃음을 실어 보내고 싶었다.




벚꽃이 흐드러지면

벚꽃이 핀 나뭇가지까지 끌어당기며 벚꽃 향기에 취하곤 했다.

호수에 노니는 원앙부부가 미끄러지듯 헤엄치며 금슬 자랑할 때면


“어머, 예쁘다. 예뻐”

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랬던 내가 웬일인지 올해는 무엇을 봐도 시큰둥이다.

어제도 공원 숲에서 보지 못했던 새가 날았다. 보통 때 같으면

“넌, 누구니?”

하고 물어보았을 텐데 눈 한번 크게 뜨곤 그만이었다.


멀리서 벚꽃 구경 온 사람들로 공원에 사람이 넘쳐나지만

산책을 나서도 벚꽃 길 쪽으로는 멀리서 눈인사로 끝내고 만다.

시들했다. 늙어도 마음은 이팔청춘이라 했는데 몸이 마음을 끌어내렸는지

아니면 마음이 몸을 먼저 끌어내렸는지 알 수가 없지만 만사가 귀찮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영양가 없는 고민도 잠깐이다.

그냥 올봄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 한 심드렁한 봄날이란 거다.


버릇대로 글 한 줄 쓰자고 컴퓨터 앞에 앉아도

그냥 멍만 때리다 일어서고 만다.

화두가 떠 오르지 않으니 끙끙 앓을 일도 없다.

가을만 큼은 아니지만

봄바람이 산들거리고 구름 몇 점 흘러가는 푸른 하늘을 보며 날고 싶었다.

뚜렷이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다.


당연히 몽글몽글 피어 올릴 꿈 하나 키우고 있지도 않다.

굳이 무지개를 잡자는 것도 아닌데 꿈이 없으니 초라할 수밖에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을 꿈이라도 꾸어야 사는 맛이 나고

봄바람에 우르르 피어나는 꽃들에 취해 올 한 해도 아름답게 흘러갈 텐데.....

내 봄 날은 이제 아주 사라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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