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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그란폰도 (Gran Fondo) 도전기

팀 우승 같은 팀 완주, 제1회 새만금 그란폰도


3년 전 자전거를 처음 시작할 땐, 초등학교 시절 옆집 친구 자전거로 겨우 중심 잡는 법을 익혔던 기억 말고는 자전거는 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물건 일 뿐이었다.   뒤늦게나마, 취미 삼아, 운동 삼아 사이클링을 시작했는데 오늘 일천 사백 명의 라이더들 틈에 서서 대회 출발 신호를 기다린다.   이런 그림은 계획에 없었는데 말이다.


출발 장소인 비응공원


나의 인생 첫 사이클링 대회는 "제1회 새만금 그란폰도(Gran Fondo)".   2023년 이곳 새만금에서 열릴 세계 잼버리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된 첫 그란폰도이다.   이미 국내에 잘 알려진 그란폰도 대회는 여럿 있지만, 처음으로 참가하게 될 그란폰도 대회가 그 첫 대회 개최라는 것도 재밌다.  


멋진 서해 바다를 끼고 곧게 뻗은 방조제 도로와 변산반도의 내륙 도로를 따라 재미진 라이딩 도로가 조화롭게 구성된 코스가 인상적인 대회다.   무엇보다 난도가 높지 않아 초보의 첫 도전에 안성맞춤.


새만금 방조제길 사전답사
바드재 정상 사전답사

대회 하루 전날 도착한 우리대회 경로와 도로 상태를 미리 파악해 두고자 차량을 이용해 사전답사를 했다.   대회 거리만 115km이니, 서울에서 이 곳 군산까지 3시간여 운전시간에 더해 최소 1시간 반은 더 운전을 해야 하지만, 첫 대회 참가라는 들뜬 기분에 그것마저도 흥겹기까지 하다.


도로는 깔끔하고, 잘 정비되어 있다.   나중에 안거지만, 차 안에 앉아 바라보는 업힐과 다운힐의 경사는 자전거 안장 위에서 바라볼 때 보다 과장되어 보인다.   사전답사에 함께했던 몇몇 멤버들은 경사가 심하다며 사뭇 긴장한 눈치지만 업힐도 무난하고 바드재 정상에서 내려가는 다운힐 커브길만 조심한다면 크게 흠잡을 데 없이 바다와 산의 경치까지 조화로운 좋은 코스다.


참가선수들에게 배정된 배번은 져지와 자전거에 부착한다.   자전거용 배번에는 기록칩이 있어 구간마다 계측은 물론 저체 코스 통과시간을 알 수 있다.
이번 대회 코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몸도 가볍고 상쾌한 아침이다.   출발 장소인 비응공원으로 하나 둘 모여드는 대회 참가 라이더들을 보니, 이제야 대회에 참가한 실감이 난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함께선 선 우서라RC멤버들.   미세먼지 농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맑고 쾌청하다

워낙 많은 라이더들이 자전거와 함께 출발선에 서다 보니, 느긋하게 뒤쪽에 자리를 잡은 우리 팀은 앞쪽으로 천천히 밀려나는 다른 라이더들을 따라 천천히 페달을 저어나간다.  이제 시작이다.   처음엔 다소 혼잡한 나머지, 다른 선수들과 부딪치지 않으려 신경을 써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결 공간이 여유로워지며  스피드도 빨라지고, 드래프팅(Drafting)을 위한 그룹 라이딩의 팀 포메이션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드래프팅(Drafting)과 그룹 라이딩

일명 "피 빨기"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앞선 라이더의 후류를 타고 공기 저항을 줄여 효율적으로 라이딩하는 기법을 드래프팅이라고 한다.   여러 명의 라이더가 팀을 이루어 장거리 혹은 효율적인 스피드 라이딩을 할 때 매우 유용한 스킬인데, 한 줄로 앞뒤 라이더의 간격을 줄이고, 공기저항을 안게 되는 선두를 교체해가며 라이딩한다.   전문 선수들의 경우, 앞 라이더와의 거리(휠 기준) 30cm까지 줄여 대형을 유지하기도 한다.   보통 세 번째 선수부터 후류 효과를 보는데, 40%까지도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단, 휠 간격이 3미터를 넘어서면, 효과는 사라진다.


방조제길 31km

시작과 함께 곧게 뻗은 31km 길이의 방조제길을 라이딩해야 했기에, 우리는 기록에 도전하는 선두그룹 3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9명은 그룹 라이딩을 통해 드래프팅으로 첫 31km 코스를 통과하기로 작전을 짰다.   운이 지극히 좋은 게 아니라면, 바다 위로 조성된 방조제 길은 대부분 강한 바람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31km 방조제 코스 끝에 위치한 제2보급소. 음료와 간단한 음식은 물론 자전거 정비도 가능하다.
바드재 정상 47km 지점. 제3보급소.   이곳 이후로는 마지막 Finish라인까지 보급소는 없다.

대회의 전체 코스 115km를 주행하는 총시간뿐만 아니라, 콤 KOM(King of Mountain), 스프린트 Sprint와 같이 코스 내에 개별 기록 계측 구간이 있다.   "콤"은 바드재 업힐 구간 시작점부터 정상까지 이르는 코스를 가장 빨리 업힐 라이딩을 한 라이더에게 주어지며, "스프린터"는 마지막 피니시라인 직전 1km 구간에서 가장 빠른 라이딩을 한 선수에게 주어진다.   나의 이번 기록은 8분대이니 그리 나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 ㅎㅎ.   바드재 업힐은 대략 남산 업힐과 비교되는데, 경사도가 낮아, 남산을 라이딩해 본 라이더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마칠 수 있다.


바드재 정상에 막 도착하는 우서라RC 멤버
무릎 통증을 견디며, 끝까지 완주하는 우서라RC 멤버
9명의 우서라RC 멤버 모두가 바드재에 도착했다.

대회의 가장 높은 코스를 마친 멤버들은 기록 계측보다는 즐기는 마음으로 "완주" 쪽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마음이 모아진다.   컨디션이 좋지 못해 평소대로 자기 플레이하지 못하는 동료나, 아직은 익숙해지지 않은 라이딩이지만 용기 내어 첫 대회를 함께한 멤버들을 뒤에 남겨두고 싶지는 않은 탓이다.



대회코스 마지막 업힐 정상에서 한 숨 돌리자.

아기자기한 변산반도 내륙을 돌아 다시 방조제길로 접어들 때는 체력이 떨어진 멤버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31km의 길고 지겨운 방조제길을 얼마 남지 않은 체력으로 혼자 라이딩은 무리다.   잠시 쉬면서 팀을 짜고 마지막 그룹 라이딩을 준비한다.


하염없이 뻗은 코스를 보는것만으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대회에서도 추억 남기는 일은 잊을 수 없다.
우리는 우서라RC ^^

적당한 휴식을 마치고, 몇 시간 전보다 한층 익숙해진 솜씨로 다시 그룹 라이딩.   똑같은 코스이지만, 마무리 즈음에 마지막 페달링을 하는 방조제 코스는, 시작 즈음에 느껴지던 그 방조제 코스의 경험과는 전혀 다르다.  


평균 시속 24~25km 속도로 달리지만, 하나 둘, 따라오기 힘들어하는 멤버들이 생겨난다.
처음부터 무릎통증으로 힘들어했던.   어느덧 마지막 코스에 함께한다.   포기하지 않은 그 덕분에 우리는 "팀 완주"을 했다.

Finish라인을 앞두고 1km 구간은 Sprint 구간이다.   남은 힘을 짜내어 자신의 최고 속도를 내어 보는 구간인데, 멤버들로 부터 잠시 떨어져 남은 힘과 다리 근육을 틀어쥐어  속도감을 거친 숨소리를 만끽한다.   2분 10초.   이미 체력을 많이 써버린 후여서 맘 같지 않지만, 힘찬 마무리가 더 즐겁다.   오른쪽 무릎 바로 위, 가느다란 근육경련이 일기는 했지만, 대회 마무리여서 더 쓸 곳도 없으니 상관은 없다.



대회 종료 후 주최측에서 지급한 도시락

가슴이 뚫린다.   


함께한 대부분의 멤버들에게도 그란폰도는 처음이다.   "대회"라는 장소와 분위기가 안겨다 주는 '짜릿함'과 클럽 멤버들과 함께해서 느낄 수 있는 '든든함'이 그 재미를 한층 더 배가 시키는 듯하다.   무엇보다 누구 한 명 부상자는 물론 낙오자 한 명 없이 12명 모두가 첫 그란폰도를 마쳤다는 기쁨이 적지 않다.   


시작이 어렵지, 무엇이던 한 번만 해보는 것도 드문 것처럼, 머지않아 또 다른 그란폰도의 출발 선에 서 있는 나 자신과 동료들을 떠 올려본다.


팀 우승 같은 팀 완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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