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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길 잘했다.

직장생활 25년 차 생존 에너지

코로나 19 덕에 지난 두어 달 전부터 실내에만 갇혀 산다.   집, 회사, 집, 회사, 그리고 또 또 또 회사.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기니까.   아니, 잠을 잘 때 말고는 사무실 의자에 찰싹 달라붙은 듯 일에 매진했나 보다.   때라도 맞춘 듯 몰아치는 회사 업무는 폭풍 치듯 어깨 위를 누르며 코로나도 잊게 하니.   이 정도면 꽤 급작스런 생활의 변화다.


매일 이른 새벽부터, 1킬로미터 수영도 모자라 (짐 Gym 바이크이긴 했지만) 라이딩 30분까지 더했던 하루의 시작.   적지 않은 하루 운동량이지만, 일상을 운영하는 집중력엔 전혀 문제가 없을만치 몸에 베인 훌륭한(?) 워라밸은 그만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지난 두해 넘어 잊고 살던 야근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최근 몇 주 동안은 하루 건너 하루도 사치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4년 전 자전거를 시작하게 만들었던 인생의 소나기가 또 한차례 내린다.   자전거 때문인지, 그 지난 소나기 때문인지, 나름 '나'라는 땅이 다행히도 좀 더 굳었던지, 이번 소나기는 그 이전 것보단, 덜 사납게 느껴지지만, 소나긴 소나기다.   가까운 처마가 아쉬운.           

   


축 처져 있을 뻔 한 토요일 아침.   이번 달 근무시간이 이미 중순부터 오버하는 바람에, 이젠 주말출근은 선택의 여지도 없다.   눈꺼풀을 비벼 깨우며, 먼지 쌓인 자전거를 들쳐 메고 뛰쳐나왔다.   해마다 봄은 남북(남산-북악산) 라이딩으로 열었는데, 2020년 봄은 그냥 지나칠 뻔했지만, 다행히도 그 정도로 지쳐버리진 않았다보다.   



너무 오랜만이었던 건지, 남산만 올랐는데도, 두 장딴지에 미세한 경련이 인다.  어렵사리 합성해놓은, 근 손실만큼은 피할 수 없었나 보다.   북악을 오르고, 내리는 길엔 남들은 이미 다 아는 부암동 돈가스를 처음 맛본다.   입속에서 기분 좋은 바삭거림이 적당하게 익은 안심 스테이크와 버무려진다.   



그만 잊을 뻔했던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가슴이 타오른 듯, 장딴지가 터져버릴 듯, 그 순간만큼은 미칠 듯 싫지만, 견뎌낸 희열감으로 알듯 모를듯한 에너지를 쌓아가듯, 소나기를 맞으며 마음 근력을 키운다 생각하자.   자전거 타길 잘했다.


그래.   자전거 타길 너무 잘했다.     그리고, 소나기처럼, 코로나도 곧 지나갈 터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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