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시장을 떠난 후에 보이는 것들

by 계절 부자



수도권을 벗어나 전라도와 충청권의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익숙한 빌딩숲 안에서 종종 거리며 살아왔고, 학원이 20개 넘게 들어선 크지도 않은 건물 옆을 지날 때면 도시 생활자의 저녁 퇴근 시간은 가난했다.


지갑도, 시간도 가난했으므로 마음이 풍요롭지도 못했다. 금요일 저녁 퇴근길이면, 집 앞 건물에 있는 반찬가게 들러 저녁에 간단하게 데워 먹일 반찬 몇 가지들을 주섬주섬 담아 총총걸음으로 집에 당도해야 했다.


초저녁,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정겹지만 아이들 곁에 머무는 조부모들과 아이돌보미들은 연로했다. 물론, 한쪽 배우자의 넉넉한 월급으로 일을 하지 않는 다른 한쪽의 배우자들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행복해 보였던 기억은 없다. 뭔가 쫓기고 쫓기고 정해진 시간 안에 뚝딱 해내야 하는 것은 육아에도 존재하기 마련. 한국인들은 한국인답게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퇴근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회사에서부터 지쳐있었고, 육아하는 이들도 나름의 지침이 있었다.


섬진강변으로 카누체험을 다녀왔다. 세 아이와 남편은 각자 몸에 맞는 구명조끼를 입고 카누에 올라 고즈넉한 강에 둥둥 떠다니며 물살을 가로질렀다.


그 전날에는 어린이집 체험활동으로 국립생태원을 다녀왔더랬는데, 생태원이 품은 꽃들과 들판에 반해버렸다. 아름답고 드넓었다. 가을이 안겨주는 바람의 향연에 마음이 넓어졌다.


아이 셋과 보낸 주말을 돌이켜보며,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가 사교육을 싫어했던 건 아니었다고.

육아하며 비워야 하는 지갑, 지출에 대한 부담이 사교육을 혐오하게 만들었다고. 사교육에서 자본주의의 악취가 나서 혐오했던 거라는 걸, 사교육으로 계급화된 사회를 싫어했다는 것을 카누를 타면서 느꼈다. 사람은 원래 새로운 공간, 새로운 체험을 추구하는 생물임을...


수도권을 떠나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 오니

놀이터들이 알차고 잘 관리되어 있다. 4살 막내가 환호성을 지르며 미끄럼틀을 오르내린다.


평일 도시생활자가 주말에 수도권을 벗어나 숨의 통을 넓히고 돌아간다. 빽빽한 지하철에 앉아, 인구가 소멸되어 가는 지역에서 사람 냄새가 사그라드는 점이 아쉽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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