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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Jul 21. 2016

[뚱이와 니니토토]

성장통 #part9

녀석이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홍대에서 헤어숍을 운영하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머리를 만져주고 맛집에 데려가고

홍대 구석구석 예쁜 가게들도 구경시켜주니

녀석은 이모라면 최고로 생각한다

가끔은 녀석에게 진짜 이모가 하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

외삼촌도 하나 있고 고모도 하나 있지만

이모랑은 왠지 느낌자체가 다르다

이모란 뭐든지 다 이해해줄 것만 같은

그런 이름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결혼을 하지 않은 그 친구는 조카들을 떠올리며

녀석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런저런 재미 난 것들을 이야기해 준다


녀석이 이모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고양이를 키우기 때문이다

말을 배우면서부터 동물도감을 끼고

매일 외우다시피 할 만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녀석은

늘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했다


몇 년 전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해서 키우다가

멀리 이사를 하면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왔던 곳으로 다시 돌려보내야 했는데

그 아이가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녀석은 밤새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었더랬다



그런 녀석은 이모네 샵에만 가면

고양이를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런 것을 잘 아는 친구는

그 날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주인과 잘 아는 한 카페였는데,

들어가니 우리 안에 들어있는 작은 새끼 고양이들이 눈에 띄었다

녀석은 눈이 동그래지며

"우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카페에서 어떤 길냥이에게 밥을 주고 있었는데

그 녀석이 어느 날 새끼를 가진 것을 알고는

낳을 때까지 돌봐주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처음부터 요놈들을 우리가 입양하기를 바라고 데려간 게 분명했다

나는 친구에게 살짝 눈을 흘기고는 다시 고양이들을 살폈다




새끼 냥이들의 치명적 유혹에 빠진 녀석은 눈을 떼지 못했다

결국 엄마젖을 떼고 나면 다시 데리러 오자

약속을 하고서야 카페를 나왔다

안 그래도 중학생이 되면서 찾아온 사춘기에

어찌 대처해야 하나 고민중이었던 터라

녀석들을 데려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생명체를 집에 들이는 것은

정말 신중해야 했다

서울에 다시 정착하고 안정되지 않은

경제생활도 걱정이었고

아무리 냥이들이 손이 안 간다 해도

적어도 1년 정도는 어린아이 돌보듯 해야 할 테니

스트레스가 가중될 것이 뻔했다

자기가 잘 돌보겠다고 말은 하지만

결국 내가 결심해야 하는 일이었다


한 달 동안을 고민하다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다시 찾은 카페에는

눈도 뜨고 꼬물거리며 우는 소리도 낼 줄 아는

새끼들 다섯 마리가 모여있었다

그중 어떤 놈을 데려가야 하나 눈도 맞춰보고 이리저리 잘 살펴서

암놈 하나 수놈 하나 두 마리를 골랐다




미리 냥이들 사료에 모래에 장난감들까지 준비해놓고

친구까지 동원해서 집으로 데려온 날,

녀석은 세상을 얻은 듯 기뻐했고

나 자신도 사춘기 딸아이가 밀어낸 빈 자리에

나를 필요로 하는 작은 생명들이 들어와

무료한 일상을 달래 줄 것만 같았다

또 녀석과 함께 웃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까지 생겼다


※니니와 토토


하지만,

결코 쉬운 시작은 아니었다

오자마자 두 아이가 다 아프기 시작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에 가야 했고

밤새 곁을 지켜 불린 사료와 물과 약을 먹여가며

혹시나 잘못될까 노심초사 일주일을 보냈다


이후에도 아무 생각없이 남매를 데려온 탓에 중성화 수술 시기도 앞당겨야 했고

병원비에 사료비에 경제적 어려움도 무시 못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눈빛과 넘치는 애교에도

가끔은 후회가 될 만큼 힘들었다


조금 더 자라면서는 털이 빠지기 시작하니

이번엔 온갖 스트레스가 털에 집중되었다

모든 옷과 이불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먹는 것에서도 냥이 털들이 나왔다

빨래는 할 때도 널 때도 갤 때도 모든 것이 다 일이었다

게다가 한 녀석이 언젠가부터 딸아이가 쓰는 이불이 탐이 났는지

영역표시를 하기 시작하더니

조심하고 조심해도 일주일에 두세 번씩 일들 당하기 일쑤였다

세탁기가 이틀에  한 번씩 돌아가고 그런 일상에 몸도 마음도 지치는 날이 많았다

녀석 못지않게 동물을 정말 좋아하는 나지만

지금도 그 문제는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다




냥이들은 녀석과의 관계에

파란 신호가 될 때도 있지만

느닷없이 빨간 신호가 되어

되려 부딪히고 상처를 주는

이유가 되는 날도 적지 않다

무엇이든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하기 마련이니

다 좋을 수는 없는 까닭이다


그렇게 복닥거리며 살아온 1년 반동안

그래도 내가 얻은 것이 있다면

홀로 자란 내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적막강산 같은 두 모녀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것이다


학원 하나 다니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녀석에겐

엄마가 없는 시간에도 씩씩하게 냥이들 돌보며

무섭지도 외롭지도 않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말 수가 없는 녀석과 나에게 대화거리가 생겼고

귀여운 냥이들의 사진을 순간순간 찍어서 서로 보내주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여전히 냥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말썽을 부리고

뒷수습하랴 씻기랴 털 제거하려

쉼 없이 바쁘고 정신없지만

가끔은 그 일들이 너무 귀찮아

못 참고 버럭거리기도 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두 냥이들과

그놈들을 바라보는

더 사랑스러운 내 아이와

나는 오늘을 살고 있다


아프지 않고 잘 먹고 잘 자라주는 것 만으로도

기특하고 대견해서

그저 일상이 주는 행복함에 감사하며



어느 날 녀석이 냥이들 어릴 적 사진을 보면서 한마디 한다


"엄마! 우리 아가  냥이 한 마리 더 데려올까?"


"헐~~~~~~"





성장통 #part25 [노래로 소통하기]


글: kossam

사진: kossam, daye, 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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