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ssam Sep 22. 2017

[초보 고딩엄마의 분리불안 극뽁일기 13]

반쪽 내려놓기

2017년 8월 30일


오늘은 조금 힘든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상처가 시간이 흘러 얇은 딱지가 앉았지만

꾹 누르면 아직 통증이 느껴지고

딱지를 떼면 금세 피가 흐를 것 같은...




녀석은 한 달에 한 번 고모집으로 간다


7년째 매월 셋째 주...

녀석이 아빠를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고모집엔 한 살 어린 여동생과

두 살 어린 남동생이 있는데

녀석이 열 살 때까지 한동네 살면서

거의 친동기처럼 지낸 터라

두 동생들은 지금도 녀석을 잘 따르고

녀석도 고모집에 가는 걸 좋아라 한다



녀석의 고모는 녀석이 아빠를 만날 때

부녀에게 숙식도 제공하고

수영장이나 찜질방을 가거나 할 때도

늘 녀석을 챙겨주고

녀석과 놀러 갈 때는 궁금해하는 나를 위해

사진도 보내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이혼이 아니었으면

서로 여자 형제가 없고

결혼시기도 아이들 나이도 비슷해서

아마도 평생 좋은 친구이자 자매로 지냈을 것이다


오래전 브런치에서 한 번쯤

언급한 적이 있지만

녀석이 아빠를 만나러 가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서고

마음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울컥거리곤 했다


녀석이 심한 사춘기를 앓던

중학교 때는 가끔씩 녀석과 투닥거리고난 후에

가게 되는 날이 있었는데

그런 주말이면 정말 세상에 혼자 버려진 듯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빠와 고모 가족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행복한 녀석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힘든 건 전부 엄마 몫이고

아빠는 좋은 역할만 하는 것 같아 억울하고

혹시나 녀석을 뺏기는 거 아닐까 불안했

어떤 날은 왜 그리도 맘 편히 보내주질 못했나

한없이 부족하고 못난 엄마임을 절감했다


녀석이 거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아빠를 만났던 것이
녀석의 정서안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복이 많은 녀석은

어딜 가나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는 맞손주이고

엄마 아빠가 세상 누구보다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 힘들고 기댈 곳 없을 때도

가끔씩 엄마가 숨이 막혀 도망치고 싶을 때도

그 믿음 하나로

엇나가지 않고 잘 견뎌주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녀석이 아빠를 미워하거나 원망했다면

그 마음이 녀석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지켜보는 내 마음은 지옥일 테니

이렇게 밝게 자라 주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이제 나는 녀석의 반쪽을 온전히

내려놓아야 한다


알고 있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람 마음이기에

그만큼 내겐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래야

반쯤 아문 상처도 흐릿해지고

앞으로 녀석이 크면서 겪게 될

크고 작은 일들도 지혜롭게 잘 대처할 수 있을 테니

나는 지금까지 그랬듯 녀석을 위해서라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바쁜 방학 스케줄을 잘 마친 녀석은

이번엔 아빠와 여행을 떠났다

고모와 사촌들도 함께가니

아마도 원없이 물놀이도 하고

맛난 것도 실컷 먹고 올테지


서운한 마음도 이제 조금씩 무뎌지고

녀석이 행복하다면

그거면 되었다


녀석과 고모가

나를 위해 멀리 괌에서 사진을 보내온다


안녕, 나의 반쪽!



글: kossam


이전 08화 [초보 고딩엄마의 분리불안 극뽁일기 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