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의 행복
녀석이 고등학생이 된 지 열 달 만에
긴 휴가를 얻었다
그래 봐야 일주일이지만
녀석이 오면 뭘 해줘야 하나
머릿속도 가슴 속도 명절을 앞둔 듯
시끌시끌했다
그저 녀석이 자기 자리에서
엄마의 빈자리를 느낄 새도 없이
열심히 살아주길
그래서 몸은 힘들고 고단해도
외롭지 않길
어쩌면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할 수 없었던
엄마의 미안함을
녀석의 치열한 생활을 통해
숨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집이 그립지 않았을까
엄마품에서 떼쓰고 어리광도 부리고 싶었겠지
"왔다 갔다 많이 힘들지?"
"괜찮아, 그래도 집에 오면 좋아"
오랜만에 만난 냥이들과 뒹굴면서
녀석은 한껏 편안해 보인다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녀석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는 것뿐
생각 없이 장을 보러 갔던 나는
바구니를 가득 채우고 말았다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깊숙이 파고든다
녀석은 아무리 봐도 먹을 때가 제일 예쁘다
2018.1.11.
오후에 일을 해야 하니
아침잠 많은 녀석을 어르고 달래서
브런치카페로 향했다
창밖엔 펑펑 눈이 내리고
사이사이 비추는 햇살에
녀석과 나는 정말 오랜만에
여유로움을 즐긴다
그리고
2018. 1. 12.
마치 일주일밖에 살 수 없는
사람처럼
녀석과의 시간을 보냈다
내일이면 다시 서울로 가는 뚱스
아직 못해준 게 많은데
다시 치열한 영화제 준비로
밤낮으로 바빠질 녀석
글ᆞ사진: kos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