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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Aug 06. 2020

[초보 고딩엄마의 분리불안 극뽁일기 40]

할아버지의 부고

전화가 울리는데 녀석이었다.

주로 카톡을 하고

급한 일 아니면 전화는 잘 안 하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녀석이 펑펑 울고 있었다.


"왜 울어? 무슨 일이야!"

"엄마... 할아버지... 돌아가셨대."

"응? 왜? 갑자기?"

"심장마비가 와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연락을 받은 녀석은

장례식장으로 가야 했다.


전화를 끊고 나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아직 그럴 연세가 아니신데 왜...


오래전 기억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참 많이 힘들었던 나의 30대 초반

유독 나와 녀석을 예뻐해 주셨던 분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빠보다 먼저 달려오시던 녀석의 할아버지

그래도 내게 미안하다고 하셨던 유일한 분이었다.


언젠가 한 번쯤은 꼭 뵙고 싶었는데

그냥 십 년 세월을 흘려보냈다.

이렇게 다시 못 올 길을 가시다니

허망하기 그지없었다.


장례식장에 간 녀석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빠가 어떤 아줌마와 함께 왔다고 했다.

수능이 끝나면 인사하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같이 오게 됐다고

여러 가지로 녀석의 마음에 신경이 쓰였다.


"딸, 괜찮아?"

"응."

"너만 괜찮으면 됐어."


엄마의 남자 친구때문에 익숙해진 탓일까

녀석은 꽤나 담담하고 의젓했다.


녀석은 며칠 더 있겠다고 했다.

고3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러라고 했다.

아무 준비도 없이 간 터라

옷가지를 챙겨서 전해주려고

병원 주차장까지 가서 녀석을 불렀는데

고모와 아이들이 같이 나왔다.

울지 않으려고 참다가 고모 얼굴을 보니

갑자기 울컥하고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아이들이 따라 울까 봐 고모만 꼭 한 번 안아주고

서둘러 돌아섰다.


아픈 기억도 좋은 기억도

모두 남은 사람들의 몫일뿐

가신 분은 그 마음을 알 길이 없다.

그저 부디 어디서든 평안하시길

손주들 사랑하셨던 마음 그대로

하늘에서도 늘 살펴주시길

이기적인 나는 고작 이런 기도를 하고 있다.


녀석을 늘 사랑으로 대해 주신 것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많이 아팠을 녀석

상처를 잘 보듬고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ㆍko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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