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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Sep 09. 2015

[폭풍 속에서]

성장통 #part7


결국 또 한바탕 폭풍 몰아쳤

 한번씩  만하면 느닷없이 찾아오는 폭풍우다

어떤 때는 같이 마주 앉아 저녁을 먹다가도
갑자 엄마가 던진 말 한마디에 기분이 나쁘다며
해서는 안될 말로 내 속을 뒤집어 놓는


오늘은 수학쌤인 엄마랑
하기 싫은 수학 공부하다가
사사건건 이해가 안된다고
증거를 대라는 둥
억지를 쓰길래 야단을 치다가
"됐어! 엄마 설명 필요 없어!"
하는 말 한마디에
나도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신경전이 한 번 시작되면 나는 자존심에

잘못을 인정도 안 하고 사과도 안 하고
나도 모르는 힘에 이끌려

이것저것 꼬투리를 잡으며 아이를 공격한다

마치 서로가
이 싸움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듯
끝없는 말싸움과 신경전
늘 같은 얘기를 반복하며
진을 다 빼기 일쑤다

그렇게 한 시간쯤 투닥거리다 보면
어느새 영혼이 스르륵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나는 녀석과 유치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금 파도처럼 밀려오는 슬픔에 빠진다
못나고 못난 자신에게 실망하고
무능한 부모가 된 듯 자책감마저 밀려온다

나는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녀석과
다정하고 따뜻한 저녁을 보낼 수 없는 걸까
매일 안아주고 싶고
매일 사랑한다고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왜 나는
이 녀석을 아프게 할 말만 골라하며
상처를 주고 있는 걸까

나의 상실감과 외로움이
모두 아이의 탓이라는 듯
복수라도 할 기세이다

마치 나는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보고 있는 것처럼
내 모습이 낯설다

또 그런 엄마 모습에

아이가 실망하고 좌절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진다


가끔 이런 날이면 

나는 내가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건 아닌지 의심한다

※어느날 밤 조용히 밖으로 나가 녀석이 찍어온 밤 하늘 ㅡ 녀석도 쓸쓸할 때가 있나보다



한 번씩 이렇게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이번에 몇 달을 잘 버텨왔던 터였는데
결국 한 순간에 이렇게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래도 아이인데
중2잖아!
내가 참았어야 해
사과해야겠지?'

그렇게 밤마다 후회를 하면서도 나는
벌써 수도 없이 그 일을
반복해서 저지르고 또 저지른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나는 하루를 마쳤다
이렇게 자고 나면
내일은 또 아무 일 없는 듯 일터로 향하겠지
잠든 아이를 혼자 두고

펑펑 울다 잠들어서 몇 시간 푹 자지도 못하고

퉁퉁 부은 채 등교할 그 녀석이
눈에 밟혀 하루 종일 벌을 받는 하루가 되겠지

언제 볼지 모르지만
내 마음 편하자고
새벽녘에 카톡을 보내 놓는다

"엄마가 정말 미안해
점심 많이 먹고 기운 내"

매일매일 열심히 달려보지만 늘 제자리
달라지지도 않고 답도 없는
이 길고 긴 터널에서
나는 언제쯤 빛을 볼 수 있을까

점심 시간인 듯 카톡이 울린다

"저도 잘못했어요"



마음 풀고 기운 내라는 듯
하늘에선 소나기가 시원하게 쏟아진다

: ko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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