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주말. 술과 함께 휘리릭.
터널거리는 정신으로 하루를 맞는다. 전 날 영어의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별 약속이 없는 하루다. 주말을 비롯해서 월요일까지는 크게 약속을 잡지 않았다. 귀국 하면서 준비해야할 것들이 혹시나 있을까봐. 어제 '아시안 아프로'라며 농담을 들었던 머리부터 복구하기로 했다. 내 인생에서 파마를 해보곤 이렇게 '복구'까지 해야할 일이 생기다니.
리드컴으로 향한다. 집주인이 하는 미용실이 있다. 신기한 것은 사람이 없다. 주말에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비가 조금 추적추적 내리는 것 같더니 그런 이유 때문인가. 슬쩍 머리를 해달라고 말했다. 결국 조금 풀기로 결정. 만족스럽진 않은 결과지만... 그래도 안 한것 보다는 낫다고. 신기한 건 옆에 있던 할머니다. 이 할머니는 굉장히 무례하고 오만했으며 외로워보였다. 그녀는 첫 마디는 이랬다.
"총각. 영어 못하면서 여기 왜 있어."
갑작스런 한마디에 어안이 벙벙. 한참 아이리쉬 썰을 풀고 있을 때였다. 웃으며 응대했고 그때부터 할머니는 꼬치꼬치 캐묻는다. 슬쩍 눈치들을 본다. 저마다 눈을 피하기 바쁘다. 아 상대하기 싫어하는구나.
"영어를 못하다뇨. 그리고 총각보다는 학생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웃으면서 말하기 시전. 이때부터 이 할머니 학생이 왜 좋냐고, 부르주아(?)로 불리는게 왜 좋냐 등등. 우리 대화에 시시콜콜 껴 들기 시작했다. 사적인 대화에 꼬투리를 잡으며 들어오는 무례함이란.
그래도 염치는 있던지 떡볶이를 한 그릇 사온다. 팁이라며. 마담이라는 고급진 단어를 구사하지만 참...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같이 떡볶이를 먹으며 대화를 한다. 대화가 길게 이어진다. 이 사람도 결국은 외로워서 그런것이다. 어디서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을까. 본인이 인지하든 아니든. 그렇게 생각하며 기분 좋게 대화했다.
저녁은 내 다음으로 들어온다는 룸메이트 가족과 약속이 잡혔다. 가기 전이니 한턱 쏘겠다고. 1차로 고깃집을 간다. 슬슬 구워지는 고기로 배를 채운다. 내 다음 룸메이트는 좀 독특하다. 대화를 많이 안한다. 세 번 정도 만났지만 목소리를 들은건 손에 꼽을 정도. 그나마 대화를 해도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디가서 대화로는 빠지지 않는 내가 이렇게 낭패를 당할줄이야. 2차로 술한잔을 하자며 앉았다. 이 자리에는 나와 룸메이트, 집주인, 새 룸메이트의 어머니, 그리고 새 룸메이트가 있다. 총 5명. 그러나 술은 4명이 마신다. 쭉쭉 마시면서 이 얘기 저얘기 한다. 그러나 별로 재미 없는 건 사실. 뭐랄까. 이 시간에 차라리 잠을 자는게 좋다고 생각된다고 할까. 억지로 끌려 나와 장단맞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럴 떈 집에 가는게 상책.
집으로 와 팩을 하며 셋이 한 침대에 누웠다. 이런 경험도 이제 마지막이다. 주말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