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가 공격적으로 변한 이유
엄마는 요즘... 내가 엄마와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말하면 공격적으로 돌변하신다.
엄마와 다른 내 생각을 엄마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공격성은 두려움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들었다. 자신의 생각을 향한 공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른 사람을 먼저 공격한다는 것이다. 엄마의 신념, 생각을 지키는 것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의 생각을 못 지키는 순간 엄마 자신이 더없이 초라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엄마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나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최근에 내가 엄마의 말과 행동에 대해 많은 평가를 내린 탓이다. 내가 엄마의 자존감을 낮춰버린 것이다.
흔히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출발점은 '부모'라고 한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부모가 칭찬하면 그 아이는 자존감 높은 아이로 자랄 수 있다. 반면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적하고 평가하면 그 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한다. 나이가 드신 부모님도 아이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엄마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아이를 향한 노력만큼 실천이 잘 안 된다. 오히려 육아휴직을 하고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엄마한테 했던 나의 말과 행동이 엄마의 자존감을 많이 떨어뜨려버렸다. 내 딴에는 엄마가 더 잘 되셨음 하는 생각에 했던 말과 행동이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이다.
지금 엄마의 자존감은 바닥에 닿아있다.
#2. 엄마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내가 찾아낸 방법은 엄마 말씀에 무조건 "네"라고 답하면서 수긍하는 것. 다른 의견을 말하면 공격받는 것으로 생각하시니 반대로 엄마 말씀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고 엄마가 막내 이모 댁에 다녀오셨다. 최근에 엄마가 변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고민한 이모도 엄마를 유심히 지켜보셨다고 한다.
"너네 엄마 조금 달라졌더라. 네가 엄마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그런가 봐 “
100년 넘게 사신 김형석 교수님의 글을 읽고 더욱더 확신할 수 있었다.
“늙으면 자기 생각과 같으면 모든 것이 옳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내가 나이라도 한 살 더 먹었는데!’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엄마 말씀을 들어 드리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되는구나.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그저 듣기만 하는 소극적인 리액션을 넘어서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소통' 강사로 유명한 김창옥 교수님이 강연장에서 '엄마와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청중한테 해준 조언이 있었다.
”평소에 '사랑해'처럼 닭살 돋는 말을 안 하던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어렵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하시라”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하자!’
엄마 김치전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며칠 전 실행에 옮겼다. 평소 아이들한테만 날리던 엄지 척을 양손으로 날리면서 지나가는 말인 것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했다.
“난 엄마 김치가 최고 맛있더라. 특히 엄마 김치전은 한국 1등”
김치전을 뒤집으러 인덕션 쪽으로 가시는 엄마의 등이 웃고 있다.
무엇보다도 열심히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 베드로전서 4장8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