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엄마 원하는 대로 하세요!
- 마음 편하게 해 드리는 게 효도?
엄마의 제안
"여기서 건강검진받는 것 어떨까? “
엄마는 얼마 전에 위내시경, 유방 초음파 검사를 받으신 병원 팸플릿을 슬며시 내미신다.
같이 운동하시는 지인분께 소개받은 병원이었다.
"젊은 의사가 차근차근 설명을 잘해주고 친절해서 마음에 들더라"
의사가 꽤나 마음에 드셨나 보다.
우리 회사는 매년 지정 검진센터에서 직원 건강검진을 무료로 해준다.
가족은 대폭 할인해준다. 대장내시경, MRI, 암 검사 등 꽤 비싼 항목이 포함된 VIP 검진을 해주는 거라서 엄마, 아빠께 권유드려서 몇 차례 검진을 받으셨다.
그런데 최근에는 몇 년째 검진을 안 받고 계신 상황이다.
"검진센터가 멀다. 특별히 아픈데도 없으니 정부가 해주는 것만 받아도 될 것 같다"라고 하시면서..
이런 상황에서 엄마가 먼저 건강검진을 받으시겠다고 제안하시니 조금 기뻤다.
하지만 그 병원의 검진항목이 우리 회사보다 적고 중요한 검사가 빠져있으면 안 된다. 그래서 엄마께 검진 리스트를 비교하고 결정하자고 말씀드렸다.
"엄마, 그 병원 건강검진 리스트를 받아다 주실 수 있으세요?"
며칠 후 엄마께서 팸플릿을 갖다 주셨다.
내 생각을 고집하다가...
내심 회사 검진을 받길 원해서였을까?
엄마가 보여주신 팸플릿에 나온 검진항목을 꼼꼼히 보고 싶지 않다.
대충 훑어보는데 엄마께서 옆에서 팸플릿을 손가락으로 짚으시면서 말씀하신다.
"나는 갑상선 초음파, 유방 초음파 검사가 특히 필요한데 여기 있네. 그리고 이번에 유방 초음파는 받아봤잖아. 너네 회사에서 했던 것보다 기계도 새 것처럼 보이고 더 잘하는 거 같더라고"
'엄마는 이미 여기서 하시기로 마음에 결정을 하신 것 같은데?'
"근데, 암 검사, MRI 검사는 없네요?"
"그런가? 그래도 여기 보니까 웬만한 건 다 있더라고. 그리고 가까워서 사후관리도 편하고"
"제가 저희 회사 검진센터 리스트도 갖고 와 볼게요. 엄마께서 비교해 주셔요"
"너네 거기는 받고 나서 용종 떼는 것 말고는 다 종합병원 가서 검사하라고만 하는데, 이 병원에서는 어느 정도 치료도 해주고... 의사도 OO병원 출신이라고 하니 믿을만하고"
엄마 뜻대로... 원하시는 대로...
엄마께서 방에 들어가시고 나 혼자 남았다.
고요함 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엄마는 이미 결정하셨네. 비교해 본들 엄마가 제안하신 병원에 가고 싶은 마음은 안 변하실 것 같다. 괜한 고집부리지 말자'
그래서 큰소리로 엄마께 말씀드렸다
"엄마, 거기서 받으세요"
"어디?"
"엄마 가시는 병원이요"
"그럴까?"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엄마는 이유도 안 물어보신다.
"왜? 회사 검진센터랑 비교 안 해보고?"라는 질문도 안 하신다.
우리 대화의 결론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리라.
내 마음도 편해졌다.
엄마 뜻대로, 원하시는 대로 결정했더니 갈등도 없다.
내년 초에 "엄마, 올해는 종합 건강검진받으실 거죠?"라는 말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엄마 스스로 검진을 받겠다고 준비하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