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바다의 구름, 들꽃, 바람, 하늘..
가을비가 가랑비로 흩뿌리듯 섬진강변과 지리산 칠불사 산자락에 물안개처럼 자욱이 내린다.
늘 바다를 좋아하던 나는 '현자 요수 요 인자요산'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한 적이 있다. 난 지혜는 가졌지만 어진 마음은 덜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또한 옛 선비들이 '요산요수'를 늘 즐겨하였다는 말이 문득 떠오르는 시점이다.
그런데, 비 내리는 산사는 그야말로 산중에 물을 잔뜩 품지 않았는가? 선선한 가을비이니 더더욱이다.
'선비가 사랑한 나무' 인문학자 강판권의 저_ 에서도 배롱나무꽃의 이야기를 많은 분량으로 서술한 기억이다.
독서 밴드에 후기까지 상세히 올렸는데 지금 찾아보니 아쉽게도 흔적이 없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중국의 당송 시대에 많이 사랑하던 꽃나무이며 국내에는 유명 사찰이나 양반댁 앞마당에 심어 키우던 귀한 관상식물이다.
특히 여름 내내 근 100일간 한 송이씩 피고 지고 하여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빨간 꽃이 탐스럽게 피는 몇 안 되는 귀한 여름꽃이다. 초여름부터 특히 사진 동아리의 온라인 페이지에서 무척 많이 포스팅되어 한편으로는 아쉽고 부러웠는데 오늘 원 없이 사진으로 나름 정성껏 담아 보았다.
오늘은 정말 사진 취미의 열정을 지니던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 조금은 설레인다.
섬진강변 평사리 공원의 원두막 주변으로 빨간 배롱나무꽃이 화사하다.
하동아 하동아 산사의 내하 동아..라는 시비 뒤편 너머의 비구름 운해가 자욱하다.
강변 코스모스도 이 즈음 나타날 때도 되었다.
들꽃 두 송이가 강변으로 소담스레 피어있다. 표준 렌즈로만 담으려니 조금 애씀이 필요했던 사진 한 장이다.
지리산 중턱 칠불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뒤돌아보니 운무가 자욱하다.
하산 시에는 이 운치 있는 풍경이 사라졌으니 역시 사진은 타이밍이기도 하다.
코스모스 촬영 시 동행인이 실수로 막으며 찍힌 사진인데..
우산이라는 소재가 첨부되어 오히려 비 오는 날의 날씨 감각을 조금은 더 생생하게 살려 주었다.
어느 해인가 단풍이 울긋불긋하던 날 찍었던 절간 뒤편 장독대에 오늘은 비가 촉촉이 내려 반질 반질 하다.
아침바다의
구름, 들꽃, 바람, 하늘..